주식쪽박 4억 빚에 사기주도...최총경 범행배경

입력 2004-04-01 13:46:43

31일 대구지검에 적발된 신협 부당대출사건은 현직 경찰 고위간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일당 4명이 교묘한 수법으로 신협의 경영권을 장악, 사금고화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이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경찰청 과학수사과장 최모(53) 총경은 경찰 내부에서도 전도유망하다는 평을 받아온 인물. 이 때문에 동료 경찰 간부들조차도 "최 총경이 깔끔하고 샤프한 이미지로 인해 '핸섬 경찰'이라 불렸는데 절대 그런 짓을 할리 없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1997년 간부후보생 28기 중 선두주자로 총경에 진급, 대구 서부서장과 대구경찰청 경무과장, 수성서장, 대구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등을 거친뒤 지난해 4월부터 경찰청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최 총경이 지난 98년부터 2002년6월까지 주식투자에 손을 댔지만 실패, 대구의 3개 신협에 4억원의 부채를 졌고 신용불량으로 금융기관 대출이 더이상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총경은 이날 경찰 관계자와의 면회에서 "검찰이 주범으로 모는 것 같아 억울하다.

당시 대구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으로 재직중이어서 부당대출을 주도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범들이 자신은 수고비를 받은 '깃털'이고 최 총경이 부당 대출을 기획.추진한 '몸통'이라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은 법적으로 매매가 금지된 신협을 교묘한 수법으로 거액에 사고 팔다 적발된 첫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이들이 자신들의 하수인을 부이사장 겸 이사장 권한대행으로 앉혀주는 조건으로 이사장들에게 각각 4억, 5억원씩을 주고 사임케 한뒤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매매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사장 2명을 매수하는데 9억3천여만원을 쏟아붓고도 신협 2곳에서 모두 18억원 정도만 빼낸 것을 보면 예상과 달리 부당 대출로 큰 이득(?)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들 신협의 부실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부당 대출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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