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팔루자서 최악의 反美폭력 사태

입력 2004-04-01 09:40:11

이라크 북부 팔루자에서 31일 매복 공격을 받아 사망한 미국인 4명의 사체가 성

난 현지 주민들에 훼손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팔루자가 반미 저항공격의 중심지로 부

각되고 있다.

사건현장에 있었던 AFP통신 사진기자는 삽자루를 든 팔루자 주민 수십명이 4륜

구동 차량 두 대의 옆에 놓여있던 불탄 시신들로 몰려들어 시신을 가격하고 사지를

잘라냈다고 전했다.

AP통신의 TV뉴스인 APTN도 불에 탄 3구의 시신을 보여주며 금속 막대를 든 남성

이 시신을 때리는 장면과 주민들이 또다른 시신을 끈으로 차량에 매단 후 환호하는

군중들에 둘러싸여 거리를 내달리는 모습을 방영했다.

APTN은 또 검게 탄 시신 2구가 다리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방영했는데

이 시신 가운데 1구는 머리가 잘려나갔으며 사체 주변에 미국 여권 및 국무부 신분

증이 떨어져 있는 것도 카메라에 잡혔다.

한 주민은 성난 팔루자 주민들이 희생된 미국인들의 시신을 마치 "도살된 양처

럼" 다리에 매달았다고 말했으며 다리에 매달린 시신 밑에서는 한 주민이 죽음을 상

징하는 십자가와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팔루자는 미국인들의 무덤"이라는 구

호를 외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지 경찰은 희생자들이 2대의 4륜구동 차량을 타고 가다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미 국무부는 희생자들이 미국인 민간 도급업자들이라고

밝혔으나 희생자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정확한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팔루자 주민들의 반미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지난 1993년 소말리아에서 모가디슈에서 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시신을 거리

로 끌고 다녀 결국 미군 철수로 이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전후 이라크에서 외국인 사체가 훼손되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것은 지난 해 11월

바그다드 남부 마흐무디야에서 피살된 스페인 정보장교 사체에 이어 2번째다.

바그다드 서쪽 60㎞ 지점에 위치한 팔루자는 요르단에서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에 있는 도시로, 서쪽의 라마디, 북쪽의 티크리트, 바그다드 동북쪽의 바

쿠바와 함께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를 형성하는 저항세력의 중심지이다.

주도(州都)인 라마디에 이어 알-안바르주 내 제2도시로 30만명으로 추정되는 주

민의 90% 이상은 수니 무슬림으로 알려졌다. 사담 후세인 집권시절 특권층에 속했

던 바트당원 밀집 거주 지역으로 꼽히며, 지금도 바트당 세력이 잔존한 것으로 추정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후 수 차례에 걸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지지시위가 벌어졌으며

작년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 이후 저항공격의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지난 2월13일에는 존 애비자이드 중부사령관이 방문했다가 로켓추진 수류탄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을 뻔했으며, 같은 달 14일에는 저항세력들이 대낮에 경찰서

를 습격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팔루자 주민들 사이에서 이처럼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후세인 정권시

절 많은 특혜를 누린 주민들이 미군의 무차별적인 저항세력 색출작전에 반감을 품으

면서 미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간주하고 있는데다 오는 6월 30일 이라크 권

력 이양을 앞두고 시아파 무슬림의 권력장악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

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미 백악관은 이번 사건이 후세인 정권 잔당들에 의한

잔혹한 살인행이라고 비난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6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한 옛 정권의 잔당들이 이라크내에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적인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비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그러나 이같은 야만적인 살인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후 이라크 복구노력은 후퇴하지 않

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의 아드난 파차치 위원은 이라크 권력이양절

차에 앞서 유엔이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과도통치위를 먼저 승인해야 한다고 밝혔으

며 바그다드에서는 기사 내용이 무력투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연합군 정당국이 시

아파 주간지 '알-하우자'에 대해 정간(停刊) 조치를 내린데 대해 항의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4일째 이어졌다.

이와 함께 팔루자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말라마에서도 미군 탑승 차량이

도로에 설치된 폭탄을 밟는 바람에 폭탄이 터져 탑승한 미군 5명이 숨졌다.

이로써 작년 3월 20일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후 사망한 미군 병사는 약 600명으

로 늘어났으며 이중 3분의 2가 적대행위로 숨졌다.(팔루자.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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