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島嶼)지방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경북 북부지역은 고속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다.
고속철이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두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북부권 공동 대응도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경북 북부 지자체의 공동대응
지난달 17일 안동시청 회의실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안동.영주.상주.문경.예천.의성.봉화.영덕.울진.영양.청송 등 경북 북동부지역 11개 시.군 관광과장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그동안 '우리 지역'만을 외쳐왔던 이들이 고속철 시대를 맞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안동.영주.봉화 등 3개 시.군은 지난해 국제탈춤페스티벌과 풍기인삼축제, 송이축제를 함께 기획, 축제 지도도 같이 만들고 전국관광회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함께 펼치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관광과장들은 올해는 고속철 개통과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돼 관광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 북부권 시.군 모두 한 울타리가 돼 홈페이지도 만들고, 한국관광공사 홍보와 여행사 초청 행사도 함께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추진될 유교문화권개발사업과 중장기 계획, 그리고 언어권별(영어, 일어, 중국어)로 관광홍보물을 제작하고, 관광상품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반과 선비문화 체험투어, 박물관.전시관 관람, 전통사찰 순례, 천주교성지 순례, 서원투어 등 다양한 관광상품도 시.군이 연계해 개발키로 했다.
연계 교통망 확충을 위한 목소리도 함께 내고 있다.
문경시는 상주~김천간 2차로 국도 조기확장을 국토관리청에, 영주~점촌~상주~김천간 경북선 여객열차 운행 횟수를 현재보다 3, 4회 늘려 줄 것을 철도청에 각각 건의했다.
청송.영양지역은 동서6축 고속도로와 안동간 국도 4차로 확장이 현안이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지역혁신체계(RIS)는 상호협력이 바탕"이라며 "특히 고속철 시대에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 즉, 문화관광자원의 연계를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했다.
▨관광도 톡톡 튀고 특색있게
경북 북부지역에는 종갓집, 서당, 재실 등 소중한 문화유산인 고가옥(古家屋)들이 즐비하다.
안동시는 올해 고가옥 370동을 전통생활체험 문화공간으로 바꿔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
관광객들이 선조들의 숨결이 밴 고색창연한 종갓집에서 숙식을 하며 삶의 여유를 느껴보도록 한다는 것. 전국적 열풍인 '웰빙'(well being)과 다운시프트족(族)을 겨냥한 특색있는 관광 상품이다.
문경은 체험 및 테마형 관광상품으로 한국전통도예 명장인 김정옥, 천한봉, 이학천씨의 작업장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찻사발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도공들의 체취를 흠뻑 느끼도록 해 전통 찻사발의 고장인 문경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찾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영주는 부석사 화엄축제(5월1일), 소백산 철쭉축제(5월29일) 때 고속철 연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수도권 여행사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의성은 금성면 산운마을의 소우당(素宇堂), 운곡당(雲谷堂), 점우당(漸于堂) 등 고가옥을 체험공간으로 이용하고, 청송.영양지역은 주왕산과 청송온천, 영양 반닷불이공원 생태관광, 조지훈.오일도.이문열로 이어지는 문화마을 기행을 관광상품화했다.
예천군은 용궁면 회룡포에 황토방과 소달구지, 떡판, 떡매, 가마솥 등 다양한 관광 체험장을 만들며, 이를 위한 관광열차도 운행하기로 했다.
영주시는 양반과 상민의 생활상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을 건립 중이다.
순흥면 청구리에 들어서는 선비촌은 오는 6월초 개장한다.
이곳에는 선비들이 글을 배우던 강학당과 대장간, 누각, 정자, 물레방아, 시장터 등 볼거리와 상설마당 등을 갖추고 고속철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또 영주시내 서천(西川)을 도심속 강수욕장으로 꾸미고, 도로 곳곳에 영주를 상징하는 선비상도 세운다.
▨농민들 소포장 농특산물 판매 기대
고속철은 북부지역 농민들에게도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오면 그만큼 청정 농산물과 과일류 판매도 늘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청송군은 부동면 하의리에 고추, 사과 등 농산물 유통센터를 지었다.
관광객에게는 좋은 농산물을 팔고 농민들은 많은 소득을 올리도록 한다는 전략. 배대윤 청송군수는 "지금까지 연간 80만명이 청송을 찾았으나 고속철이 개통되면 150만명은 훌쩍 넘을 것"이라며 "농가소득 향상에 중점을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문경지역 농민들은 문경새재 산나물과 산약초, 무공해 채소류, 쌀, 사과 등 친환경 농산물을, 예천은 맥반석쌀, 게르마늄 풋고추, 참기름을, 의성은 쌀, 사과, 마늘 등을 예쁘게 소포장해 관광객들이 손쉽게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학가산 메주마을 부녀회장인 허미화(65.예천군 보문면)씨는 "관광객들이 현장 체험을 통해 직접 메주를 만들고, 이들이 만든 메주는 건조한 뒤 택배로 보내겠다"고 했다.
안동시는 올해 7, 8월중 3만명 참가 예정인 전국농업경영인대회를 계기로 안동의 농산품과 삼베, 식혜, 안동간고등어 등 특산품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볼거리 조성과 홍보전도 치열
의성군은 탑산온천앞 쌍계천에 인공폭포와 함께 다양한 수생식물을 길러 단순한 온천관광에서 벗어나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경시는 가은읍~마성면 진남리간 9.6㎞ 옛 기찻길에 철로 자전거를 운행해 관광객들이 경북 팔경중 하나인 진남교반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도록 하고,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과 황토민박촌 조성도 앞당길 예정이다.
청송군은 약수한증막 타운이 내년말 완공되면 가족단위 휴양객을 유치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야외 족(足)탕도 만들어 선을 보인다는 것. 김용암 영양군수는 "수하청소년수련원에 가족숙박시설인 펜션이 건립됐고, 수비면 반딧불이공원에는 생태학교와 천문대가 있어 관광객들이 한여름밤 반닷불이와 우주쇼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는 5월부터 안동시내 수상동에서 하회마을까지 낙동강 28km를 시속 80km로 달리는 호버크래프트(Hovercraft)로 '수상 택시'를 운행한다.
호버크래프트로 늪지대와 모래 위를 마구 달리며 관광객들이 낙동강 70리에서 새로운 레저문화에 흠뻑 빠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탈춤페스티벌도 더욱 알차게 기획하고 있고, 도산서원과 퇴계기념공원 영호루와 안동댐 주변도 새롭게 단장해 관광객을 맞는다.
예천군청 정인호 기획실장은 "고속철 관광객 맞이를 위해 중앙고속도로 IC와 예천읍 남본삼거리 등지에 대형 관광홍보판을 설치, 눈길을 끌겠다"고 했다.
박동식.장영화.권동순.김경돈.이희대.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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