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3-31 09:31:23

겨울 느티나무 그늘 밑으로

걸어다니며 이 길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생각한다.

느티나무는 자라나

이미 계단을 덮었다.

거기에 붙일 아무런 이유는 없다

나는 사람으로 살면서

나무를 생각해 보고

나무는 나무로 있으면서 그냥

내가 돌아간 길에 서 있을 뿐이다.

최재목 '느티나무' 부분

느티나무를 보고 있으면 참 당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불어도 별로 흔들리지 않으며 또 비가 와도 그다지 반가워하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있을 자리에 반드시 있고 또 그가 없으면 가슴 한구석이 빈 것처럼 허전해지는, 그런 나무이다.

어쩌면 아버지 같다고나 할까.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을 그다지 요란스럽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마음 씀씀이가 깊은, 늘 거기에 있기에 마음 든든한, 그런 모습. 그게 느티나무가 아닌가 한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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