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합동영결식

"억울함을 풀어주지도 못한 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죄인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실종 11년6개월만인 지난 2002년 9월 대구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된 '성서 개구리소년' 5명의 합동영결식이 26일 경북대병원 영안실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1991년 3월26일 이들이 '와룡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선 지 꼭 13년만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한나라당 이해봉 대구시지부장 등 정치인과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지성 스님은 법어를 통해 "생멸의 이치를 알지도 못하고 삶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 어린 영혼들을 부모와 사회, 국가가 보장해 주지 못했다"며 "아이들은 극락에서 평안히 생을 살 것"이라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은 "소년들이 이제 영영 기억 속에서 묻혀버리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며 "제 2, 제 3의 개구리소년들이 생기지 않도록 남은 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세).김영규(〃11세).박찬인(〃10세).김종식(〃9세)군 등 5명의 유골은 노란 국화꽃으로 치장한 버스에 실려 모교인 대구 성서초등학교와 생가, 유골 발굴장소인 와룡산 세방골을 거쳐 시립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달성군 하빈면 성주대교 밑 낙동강에 뿌려졌다.

소년들의 두개골은 공소시효가 끝나는 2006년 3월까지 2년여동안 경북대 법의학팀에 보관된다.

영규군의 아버지 김현도씨는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줄 수 없는 장례식이 너무 눈물겹다"며 "누가 왜 우리 애들을 죽였는지만은 꼭 밝혀내야 한이 풀릴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경찰은 '예리한 흉기로 살해됐다'는 경북대 법의학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에 따라 관련 신고와 제보 등 310건에 대해 지난 1년6개월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사건의 단서조차 찾지 못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수사본부 요원을 20명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수사본부 한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아직 2년 남아 있는 만큼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은 심정이지만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부모들의 한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