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우리는 '돈이 화두'인 세상에 살고 있다.
차떼기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구린 돈'이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서울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에는 7조원이 몰려들었다.
400조원에 이르는 돈이 투자할 곳을 찾아 떠돈다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한 푼의 돈이 없어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내면에서 '탐욕'과 '빈곤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존재인 돈. 그는 과연 어떤 얼굴을 갖고 있을까.
#바야흐로 '돈이 화두'인 세상
유로화 탄생 산파역을 맡았던 벨기에 출신의 국제금융학 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버나드 리테어가 쓴 '돈 그 영혼과 진실'.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워하는 돈(화폐)이라는 존재를 섹스와 죽음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돈의 역사와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원형' 개념을 기초로 리테어는 화폐에 대한 근원을 추적한다.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 신화적 상상력, 문화적 마인드가 어떻게 돈의 감성적 기초를 마련했는지, 그리고 이 원형이 역사적으로 어떤 궤적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밝히고 있다.
리테어에 따르면 인류역사에서 돈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
이를 저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라는 두 신(神)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어머니를 억압하는 사회(아폴로)에서는 탐욕을 경계하고 빈곤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억압적인 화폐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문명, 고대 그리스.로마와 고대 중국, 기독교 정신, 르네상스 시대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는 화폐가 교환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 동시에 활용됨으로써 독점적 화폐 시스템이 작동된다.
이 화폐를 리테어는 '양의 화폐'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 여성숭배 사상이 강한 사회(디오니소스)에서 통용된 '음의 화폐'는 교환수단으로만 사용되었고 가치저장 수단은 되지 못했다.
고대 이집트 사회와 유럽의 중세 중기시대가 그렇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사회가 어머니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화폐 시스템의 '얼굴'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또 '음의 화폐'는 거래나 무역에만 사용되었지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양의 화폐'가 활용되었다는 것이 리테어의 견해다.
이런 고찰과정에서 리테어는 여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모든 시민이 높은 수준의 복지와 부를 향유하고 있는 현상을 발견해 내고 있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야…"
리테어는 "'양의 화폐'가 상징하는 중앙집권적.획일적.규범적 사회구조에다 시민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관리하는 '음의 화폐'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로화처럼 축적보다는 교환을 촉진하는 화폐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을 마치 입안의 혀를 놀리듯이 이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풍요를 만들자고 저자는 주문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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