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사' 지도부 체포영장 기각

입력 2004-03-27 10:27:15

법원이 26일 촛불행사 지도부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영장청

구를 둘러싼 시민단체의 반발은 일단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

씨는 남아 있다.

영장이 청구됐던 탄핵무효 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는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

경찰이 30일까지 출두하라고 26일 요구했는데 검찰이 하루 뒤 영장을 청구하는 법

체계가 말이 되느냐"며 법원이 당연한 판단을 내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야간 집회 불허는 군사정권의 잔재로 민주화가 거의 이루어진 시기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평화적 시위를 막는 것은 시류에 맞지 않다"며 "참여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막아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장형철 국민의 힘 사무국장도 " 영장 기각은 당연한 결과로 30일까지 출석하라

는 요구서를 받은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은 절차부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무효 국민행동은 수사 당국이 영장 청구로 촛불 집회에 대한 강경 입

장을 밝힘에 따라 27일 행사 뒤 집회의 상징성을 살리면서도 정부 및 사법당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주말 대규모 촛불행사를 지양하고 자발적인 소규모 탄핵규탄 행사와 서

명운동 등으로 성격이나 규모가 바뀔 가능성도 많다.

◆체포영장 청구-기각 '숨가쁜 하루' = 대검 공안부는 25일 오전 9시 '탄핵무효

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와 박석운 집행위원장, '국민의 힘' 김명렬 공동대표와 장

형철 사무국장 등 4명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경찰과 관련 단체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촛불시위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은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하고, 지검이

미리 대상을 선정해 종로경찰서측에 지휘방침을 내려 경찰로부터 '체포영장 신청'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여의도에서 탄핵규탄 촛불시위가 열리기 시작한 지난 13일 이후 불법시

위 주최자 4명에 대해 각각 3차례씩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관련자들은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지만 국민행동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 등 일부

는 검찰 영장청구에 앞서 경찰에 출두의사를 통보하기도 했다.

보통 경찰은 관행적으로 3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내는데, 촛불시위 지도부

4명에 대한 3차 소환시한은 3월30일까지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관행에도 불구하고 24일 오후 6시30분 종로경찰서에 긴

급하게 지휘방침을 내렸고, 경찰로부터 26일 오전 6시 체포영장 신청서를 받아 오전

9시 전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미 자진출두의사를 밝혔는데도 검찰에서 영장을 청

구한 것은 모든 측면에서 명백한 무리수라는 것이 법원의 결정으로 밝혀졌다"며 "27

일 집회는 예정대로 개최하며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이후 집회 진행계획에 대해 발

표하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기각 사유로 "피의자들은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3

0일 오전 10시까지 종로경찰서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체포 필요성을

현재로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체포영장 기각이 범죄사실 소명 여부 등과는 관련이 없다"

는 점을 강조했다.

◆'촛불시위' 논란 이어질 듯 = 비록 기각됐지만 검찰이 촛불시위 주최자에 대

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촛불시위

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 다음날인 13일 이후 촛불집회는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열기 속에 광화문 일대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됐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이 임박해오자 중앙선관위는 24일 탄핵관련 집회를 내달 2

일부터 전면금지키로 결정해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촛불시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경고신호를 보냈다.

정부는 또 25일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건(高 建)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공식선거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선거법에 따라 탄핵 찬반집회를 원천봉쇄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오는 30일 오전 10시까지 관련자들의 출석을 기다린 뒤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재청구를 검토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자진출두 여부가 향후 검.경

과 국민행동간 갈등과 마찰의 정도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촛불행사 강행..지속여부 주목 = 탄핵무효 국민행동은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를 정치적 결정이라며 비판하면서 주말 촛불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수사 당국의 경고 뒤 열리는 촛불집회에서는 영장 청구 자체

가 새로온 논란 거리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보수단체도 27일 오후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키로 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탄핵무효 국민행동은 그러나 27일 이후 촛불행사 진행여부에 대해서는 같은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국민행동은 탄핵규탄 촛불행사의 상징성을 살리면서도 정부 및 사법당국과의 정

면충돌은 피하자는 내용으로 내부 논의 중이어서 촛불행사의 형태와 규모 등은 이전

에 비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촛불행사를 자제하고 소규모의 자발적 시민행사나 서명운동 등으로

탄핵무효운동이 변경될 가능성도 높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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