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섬유 소재만으로는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새 활로를 찾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섬유 고부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반드시 텍스타일 디자인을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24일 찾은 대구가톨릭대 전통문양산업디자인개발센터는 왜 '텍스타일 디자인'이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텍스타일 디자인은 단순히 원단 디자인 하나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원사, 원단 특성에 따라 어떤 무늬와 문양을 넣을 것인가는 물론 제직, 염색, 어패럴, 봉제 등 모든 섬유 공정 단계에서의 소프트웨어적 기술까지 두루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텍스타일 디자인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원단의 가치가 높아지고, 패션.어패럴 상품의 부가가치가 좌우된다.
그래서 섬유선진국에서는 천연섬유만이 아니라 화섬까지도 유명 디자이너를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고용하고, 세계적인 화가의 그림이나 전통 민속문양을 넣는 식으로 차별화된 원단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상태에서 화학섬유 이상의 기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천연염색원단. 하지만 천연염색의 홍수속에 어떻게 차별화한 원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센터내 각종 천연염색원단엔 일반 원단 염색이 아니라 실 한올 한올을 일일이 물들이는 기법이 사용됐다.
쪽, 꼭두서니, 만형자 등으로 원사 상태에서 염색해 제직한 명주 원단은 수천, 수만가닥의 실 색감이 모두 달라 한 눈에 은은한 멋과 탁월한 색감이 고급스러움을 전한다.
매염제(염색이 잘되게하는 약품)도 기존의 화학약품이 아니라 쑥, 콩, 벼 등을 태운 잿물을 써 천연 느낌이 잘 드러난다.
김지희 대구가톨릭대 전통문양산업디자인개발센터장은 "이 모든 것이 텍스타일 디자인의 한 영역일 뿐"이라고 했다 .
요즘 뜨고 있는 디지털원단날염(디지털텍스타일프린팅, DTP) 원단의 가치도 결국은 텍스타일 디자인에서 결정난다.
컴퓨터에서 종이에 컬러인쇄를 하듯 원단을 뽑아내는 DTP 기술은 그 자체로 최첨단 염색기법이지만 원단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소재의 품격이 달라진다.
이 센터에서는 DTP 디자인에 이름 그대로 우리의 전통 문양을 접목하고 있다.
떡살, 오방, 고려청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물.유적은 물론 산수화속의 금수강산과 우리 고유의 식물과 동물, 한글 모두가 디자인 대상. 실물을 완벽하게 재현해 담아낸 각종 천연염색 스카프와 넥타이는 멋쟁이들의 선호품으로 국내외 전시회 어디에서나 최고 인기다.
이 센터는 지난해 8월 행자부(7억), 경북도(5억), 대구가톨릭대학(5억)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지역의 기간산업인 섬유산업에 예술, 그 중에서도 전통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섬유산업의 고부가와 전통문화의 보전.계승을 동시에 이끌자는게 센터 설립 취지.
센터는 크게 4개 분야로 전통염색공예(김지희 책임 연구위원), 전통직조공예(최영자 책임 연구위원), 전통패션의류(홍정민 책임연구위원), 전통공예디자인으로 나눠져 28명의 연구원들이 제직, 염색, 어패럴을 넘나들며 다양한 전통 텍스타일 디자인을 재현하고 있다.
전통공예디자인은 김동진(도자기), 현문철(목칠), 정양희(금속) 책임연구위원이 맡고 있다.
이제 겨우 반년이 흘렀지만 센터가 내놓은 주목할만한 결과물들도 적잖다.
최근 지역 직물업체(드림월드)와 DTP용 전통문양을 공동개발해 7만야드 상당의 직수출을 이끌어냈고 각종 해외전시회에 참가해 전통문양의 우수성도 널리 알리고 있다.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 1회 상해민간예술박람회에선 중국측 현지 업체(상하이중로무역)로부터 양국 문화상품을 공동 개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논의해 보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김지희 센터장은 "'우리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염색기술연구소 등 대구권 연구소들과 산학협력을 체결, 텍스타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 개설에 나서는 등 대구.경북지역 공동의 대학혁신프로젝트인 누리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역 섬유업체들은 차별화된 원단을 생산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텍스타일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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