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춘추가 고구려의 실권자 연개소문을 방문했다.
백제의 잦은 공격으로 신라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고구려의 도움이 절실했다.
목숨을 건 방문이었다.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후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는 악화된 상태였다.
게다가 연개소문은 잔혹한 자였다.
온건파 신하 100여명과 영류왕을 살해하고 보장왕을 세워 실권을 장악한 자였다.
김춘추는 고구려 평양성에 도착한 직후 감옥에 갇혔다.
연개소문은 김춘추를 만나주지 않았다.
김춘추는 감옥에 갇힌 채 연개소문에게 동맹안을 제출했다.
'백제의 공격으로 신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소. 고구려가 군대를 동원해 백제를 견제해준다면, 고구려가 당나라의 침공을 받을 때 군대를 동원해 돕겠소'. 김춘추가 연개소문에게 제출한 '동맹안'의 요지였다.
연개소문은 김춘추의 '동맹안'을 며칠 동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연개소문의 한 측근은 "신라의 한강 유역 점령을 괘씸하게 여긴 데다 약소국 신라와의 동맹이 고구려 국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답신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흘 후 연개소문은 김춘추의 제안에 답변을 전했다.
"죽령(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 경계지역의 고개) 이북의 고구려 옛땅을 돌려준다면 한번 생각해보겠다".
김춘추는 연개소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죽령 이북 땅을 돌려달라는 것은 한강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신라를 한반도 동남쪽의 소국으로 살면서 고구려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라는 처사"라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김춘추는 또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는 협상 자체를 거부하려는 명분에 불과하다며 연개소문은 신라와 협상할 의사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당나라로 갈 것이다.
당태종은 고구려를 치려는 열망에 사로잡힌 자로 알고 있다.
당과 협력해 백제와 고구려를 칠 것이다". 김춘추는 귀국 길에 오르기 전 비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연개소문은 뛰어난 장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외교를 모른다.
이번에 연개소문에게 외교가 무엇인지 분명히 가르쳐 줄 것이다"고 밝혔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강한 분노와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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