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재활용 상품

입력 2004-03-24 11:32:08

"자원 재활용의 일꾼이라며 환경의 날 때마다 치켜세우더니…".

한국재활용제품 소비촉진 대구운동본부의 복진복 대표는 4년 전 의욕을 가지고 재활용 상품생산에 뛰어 들었다가 결국 헌옷과 폐유 수거로 업종을 바꿔야 했다.

캠페인 때 말고는 팔리지 않는 상품으로 적자만 늘었던 것. 그는 상당수 재활용품 업체들이 소비자.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고 대책을 하소연했다.

정부가 자원절약과 친환경적 생활실천을 위해 장려했던 자원 재활용품들이 관공서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우수성을 공인받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질이 떨어진다'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는 데다 대형유통업체에는 물론 관공서에서조차 재활용품 소비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자원재활용운동본부 주최로 대구교보문고 지하에서 열린 '친환경상품특별기획전'. 고급펄프로 만든 우유팩을 재활용한 화장지, 피부자극이 없는 천연 비누,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세제 등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 단체 윤녹경 부회장은 "이것이 우리나라 재활용 정책의 현 주소"라며 "시.구청, 각급 학교에서 재활용품을 홍보할 기회를 주고 구매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비누와 재생 화장지를 판매하는 '푸른평화 소비자생활 협동조합'측도 고충은 마찬가지. "재활용 비누는 일반비누보다 거품도 잘 빠지고 재생 화장지엔 인체에 유해한 형광 표백제도 없어요. 가격도 일반 제품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형매장에선 구석으로 밀려나는 실정입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백화점과 쇼핑센터에 재활용품 판매매장을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안 팔린다는 이유로 품목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다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정부의 재활용품 구매 규모만 해마다 소폭 늘어나는 정도"라며 "정부도 재활용품 소비촉진을 위한 '(가칭)녹색구매법' 제정을 추진중이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제품포장과 경쟁력 있는 마케팅 등 업체들의 자구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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