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盧는 얄미운 며느리'...탄핵세력 비판

입력 2004-03-23 14:48:04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는 22일 TV특강에

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얄미운 며느리'에 비유하면서 지난 15일 방송분에 이

어 또다시 탄핵주도세력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도올은 이날 밤 방송된 MBC '도올특강-우리는 누구인가'의 '왕조에서 민주로'편

에서 지금의 탄핵정국이 조선왕조의 고질적 악폐인 문벌귀족 중심의 종법사상과 깊

은 구조적 연관성이 있다며 이 같은 비유법으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그는 "우리 역사는 문벌이나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로부터 근원적인 붕괴가 일어

나고 있으나 다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특유의 '며느리론'을 설파했다.

"우리 사회에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생각해보세요. 문벌집안에, 그

래도 집안이 제대로 된 집에, 며느리 하나가 덜커덕 들어왔어. 원하지를 않았는데.

우리 아들하고 그냥 결혼을 해버린거야. 그런데 그 며느리가 집안도 볼 게 없고, 학

벌도 없고, 인물도 별로 없고, 돈도 없어요. 게다가 똘똘하고 말 잘해요. 얼마나 뵈

기 싫겠어요. 그 시어머니가…."

그는 이 같은 차별의식은 역사적으로 뿌리깊게 이어져 왔다면서 이를 해소하려

는 움직임의 단초를 동학에서 찾았다. 동학의 2세 교주인 해월 최시형의 법설을 소

개하며 "(그 분은) 우리 민족에게 두 가지 큰 폐풍이 있으니 그것은 적서의 차별과

반상의 차별이다. 적서의 차별은 집안이 망하는 근본원인이요 반상의 차별은 나라가

망하는 근원원인이다(嫡庶之別 亡家之本 班常之別 亡國之本)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엘리트의 사명은 엘리티즘을 붕괴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 것.

도올은 이어 냉철한 이성과 논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선거라는 제도는 묘해요. 51 대 49 이면 이기는 거야. 진 사람들이 졌다고 생

각하겠어요? 51에 진 49가 얼마나 원통하고 분노와 저주의 세월을 보내겠습니까? 이

건 아주 적나라한 인간의 현실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거예요. 우리 사회 문제의 본

질은 전혀 터무니없는 데 있어요. 논리의 문제가 아니예요."

도올은 이 원인을 역사적 관점에서 찾으려 했다. 우리 역사는 지난 1세기 동안

퇴계가 말한 '理'(인간의 정감에 의한 '理')를 서구문명의 수학적 사고를 의미하는

합리적 '理'로 바꾸려고 노력해왔는데 아직도 우리는 '理'를 너무 지나치게 감정적

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도올은 방송의 '탄핵보도'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실종된

아버지'론으로 방송을 옹호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대통령이 없는 사태가 됐다고 하는 것은 어

떠한 천재지변보다 더 엄중한 사태다. 여기에 대해서 헌재가 재판을 하고 있단 말이

죠. 국민들은 당연히 관심을 표명하게 되고, 여기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되

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만약 집에서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쳐봐요. 경찰에 신

고해서 법적으로 조사 중이니까 니들은 가만있어 하면 말이 됩니까?"

그는 "방송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총선에 파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말을

일방적으로 해선 안된다 라고 말하지만, 총선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그 사람들이

야말로 총선을 겨냥해 탄핵사태를 주도한 장본인들이다"고 반박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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