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 최대 격전지 떠올라

입력 2004-03-23 13:57:12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출마로 대구 수성갑이 지역 4.15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조 대표가 신정치1번지인 수성갑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한나라당의 대표적 경제이론가인 이한구(李漢久) 의원과 6공 황태자 박철언(朴哲彦) 전 의원 등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인물들의 한판 승부가 볼만하게 펼쳐지게 됐다. 따라서 대구 수성갑은 전국적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당초 조 대표는 선친인 조병옥(趙炳玉) 박사의 정치적 고향인 중.남구 출마가 거론됐으나 23일 최종적으로 수성갑을 택했다. 조 대표가 고민끝에 수성갑을 출마지역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수성갑의 민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을 주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성구 정도의 민도라면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수용해 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바닥을 헤매고 있는 민주당 지지도는 조 대표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설밑 조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언했을때만해도 대구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당시만해도 "조 대표는 당선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 대표 출마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도 호재가 되고 있다. 낙하산 공천시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 의원은 조 대표 출마로 본격적인 인물대결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 성향이 예상되고 있으나 조 대표 출마는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조 대표가 이 지역을 택한 것은 그만치 수성갑 지역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분의 깨끗한 이미지라면 충분히 선거혁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인물대결, 정책대결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대표의 출마에 박 전의원은 즉각 진검승부를 기대한다며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최근 열린우리당 상승세 때문에 지지도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박 전 의원 입장에서는 조 대표 같은 거물급의 등장이 불리할 것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거물들간의 대결로 몰아갈 경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조 대표의 수성갑 출마를 계기로 과연 누가 복지 수성을 위해 일할 '진짜 일꾼'인지, 누가 대구의 자긍심을 되살릴 '진짜 대구인물'인지를 두고 정책대결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김태일(金台鎰) 영남대 교수는 조 대표 출마가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조 대표 출마로 수성갑 선거구도가 전국적인 인물 대결구도로 바뀔 경우 최근의 열린 우리당 상승세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사진:민주당 조순형대표가 소장파의 퇴진요구에 대해 22일 밤 열린 중앙위원회의에 자신의 재신임 건을 상정한 후 대표실로 돌아와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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