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3-23 09:25:23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게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 눈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 연기 가늘게 피어 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호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석지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1)'

봉화에 있는 청량사라는 절집에 바람이 분다는 소식이 온다.

그 바람은 오동잎을 떨어뜨리는 화담 서경덕의 바람일 수도 있고 님의 향기를 고요히 퍼트리는 한용운의 바람일 수도 있다.

고요한 산사에 저녁이 되어 새들만 찾아와 지저귀는데 속세의 모든 인연을 끊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정회(情懷)야 어떻게 숨길 수 있겠는가. 이 봄바람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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