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서 '탄핵 철회' 목소리

입력 2004-03-22 15:26: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역풍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22일 한

나라당과 민주당내에서 탄핵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2야(野) 내부의 이같은 기류는 탄핵안 가결이후 당 지지도가 급락하는 등 거센

역풍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이뤄질 경우 총선 국면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

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되면 탄핵철회 여

부를 둘러싼 논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탄핵 찬.반 세력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문수(金文洙) 후보가 이미 탄핵 철회 검토

입장을 공식 천명했으며, 남경필(南景弼) 권영세(權寧世)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들

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핵 고수입장을 취해왔던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과 국회가 동시에 대국민사과를 한 뒤 탄핵을 해소하는 정치적 타결을 모색해

야 한다"고 '조건부 탄핵철회론'을 내놨다.

전재희(全在姬) 상임운영위원도 "김문수 의원은 국민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

며 "김 의원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폄하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당내에 김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당권 주자들은 물론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 반대 의견이 거센데다 일부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어, 당론 변경여부

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 사천이 지역구인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의 어려움을 이해

하지만 탄핵철회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당내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한다"고 '선(先)

당내 합의, 후(後) 탄핵철회' 입장을 개진했다.

민주당은 이날 설 훈(薛 勳)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삭발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탄

핵철회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탄핵철회론이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도부가 무엇에 홀렸는지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른 탄핵은 당장 철회돼야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릴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의 탄핵철회 주장에 정범구(鄭範九) 의원이 동조하고 나섰고, 이낙연(李

洛淵) 김성순(金聖順) 의원도 노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탄핵철회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조순형(趙舜衡) 대표 등 지도부는 "탄핵 철회는 법에도 없는 절차이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태도이자 정치인으로서 책임없는 행동"이라며 "

총선에서 심판받고 책임지면 된다"고 일축했다.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은 "적전분열은 자멸을 초래한다"면서 "몇사람 주

장에 휘둘릴 수 없으며 탄핵을 반대하려면 차라리 탈당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서울=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