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수성구라도 '분양 히트'

입력 2004-03-22 08:55:59

대구 수성구가 아니면 수성구에 기대어야 산다.

대구지역 주택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쓰는 마케팅 기법이다.

학군과 생활여건 등으로 인해 수성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대부분 높은 초기 계약률을 보이자 주택업체들이 대구 남구나 동구는 물론 경산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도 수성구와 가깝다거나 같은 생활권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지역이 수성구가 아니면서 수성구에 모델하우스를 설치하는 사례는 이미 일반화됐다.

지난해 경산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월드건설, 한일건설 등이 시지에 모델하우스를 꾸며 청약 및 계약을 받았고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서한과 보국건설 역시 시지에 모델하우스를 개설, 수요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함께 일부 업체는 수성구가 아니면서 아파트 이름을 수성구의 인기 아파트와 비슷하게 지어 고(高)계약 효과를 노리는 가하면 거리상 가깝다는 점을 들어 수성구 생활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기법은 수요자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실제로 수성구 인근 아파트의 경우 수성구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수성구의 주거편의성을 누리며 내집을 마련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올초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대구 동구 효목동 옛 효목주공 재건축아파트는 '메트로시티'. 부도가 난 보성주택에 이어서 효목주공 재건축 아파트를 넘겨받은 태왕이 지금까지 대구 최대단지인 인근 수성구 만촌동의 '메트로팔레스'의 이름중 일부를 따와 인지도를 높이면서 아파트 분양률까지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적중, 만족할 만한 분양을 끌어냈다.

지난달 서한이 '친환경 웰빙' 아파트를 내세우며, 분양에 들어간 경산시 사정동 옥산지구내 '경산 서한 이다음'의 경우 "위치는 경산이지만 생활권은 수성구"라는 점을 부각시켜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수성구까지 단 5~10분이면 접근이 가능해 수성구내 학원이나 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입주자를 모집중인 경산 진량공단내 '보국 웰리치' 아파트도 수성구와 인접해 있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성구 지역 분양가에 비해 훨씬 값이 싼데다 거리상 가까워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수성구에 사는 사람들이 전세용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

지난해 말 분양에 들어간 대성산업(회장 김영대)의 대구 남구 이천동 '신천희망교 대성유니드'도 수성구와 연결통로인 희망교를 아파트이름에 삽입, 수성구 생활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수성구에서 분양하는 일부 아파트의 경우 실제로는 조절학교군에 포함돼 있는데도 주택분양 광고에서는 '대구 최고의 명문학군'이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주택분양 전문 대행사인 대영레데코 이호경 사장은 "주택업체들은 가격 빼고 가장 큰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수성구를 분양주택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주택분양시장에서 '수성구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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