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룸살롱 '담합'진풍경-"2차 없앱시다…안지키면 왕따 응징"

입력 2004-03-19 14:16:06

'우리 업소는 이제 2차(?)가 없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고급 룸살롱 20곳이 손님과 접대부의 성매매로 연결되는 속칭 '2차'를 없애기로 결의, 실제로 얼마나 지속될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업주들에 따르면 ㄱ.ㅇ.ㅎ 등 고급 룸살롱의 업주 20명이 지난 11일 회의를 갖고 '2차'는 물론 접대부에게 취업 조건으로 미리 돈을 빌려주는 '선불금'(속칭 마이낑)도 없애기로 결정, 지난 15일부터 이를 시작했다는 것. 또 "약속을 어기는 업소는 다른 업주들이 공동으로 물리력까지 행사해서라도 영업을 중단토록 하는등 강력한 제재안까지 만들었다"고 업주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일주일동안의 시범 기간(?)을 거친 뒤 20일에 다시 모여 최종 결의안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유흥업소의 '2차'는 일제강점기 '요정'때부터 수십년간 이어져온 잘못된 관행으로, 성매매의 주범중 하나라는 여성단체들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차'가 없으면 값비싼 술값을 내는 손님도 줄어드는 것이 엄연한 사실. 그런데도 업주들이 스스로 '2차'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은, 유명무실하던 윤락방지법을 대체하는 강력한 성매매 처벌법과 성매매 보호법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에게는 7~10년의 징역이나 7천만원~1억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며, 윤락으로 번 돈은 국가가 압수하고 '선불금'은 무효화하도록 규정한 것.

결국 자기 업소만 '2차'를 없애려하니 술손님 유치 경쟁에서 밀리겠고, 그렇다고 '2차'를 계속 내보내려니 처벌이 두렵고 해서 고급 룸살롱 공동으로 '2차 없애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한 업주는 "이제는 '2차'를 보내다 적발되면 폐업은 물론 전 재산을 날릴 판"이라며 "그렇다고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두업소만 피해를 감수하며 2차를 폐지할 수도 없어 업주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뜻을 모으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업태가 유사한 가요.단란주점이나 군소 룸살롱들은 이번 결의에서 빠져있어 언제까지 '2차 금지' 약속이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0여년 동안 룸살롱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업소마다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지만 손님은 줄고, 제재는 더욱 강해져 이제 물장사(?)는 사실상 한물 간 업종이 됐다"며 "수성구의 룸살롱 업주 중 70% 이상이 업소를 처분하려 내놓은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창희.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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