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탄핵 마땅히 철회되야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70%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국민의 70%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임민주주의의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일정기간 국회의원들에게 위임하였는데 권리를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의사와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이다.
'국민소환제'가 있다면 이럴 경우 탄핵안 가결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탄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제도가 없다.
위임기간이 끝나는 다음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하나 정말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국민은 투표장에서만 주인일 뿐 투표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위임민주주의는 이런 딜레마를 항상 안고 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은 193명의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가 과연 탄핵 사유가 될만한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평소 노 대통령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노 대통령에게 어려운 경제를 왜 빨리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가 라는 비판을 할 수는 있으나 경제파탄의 책임을 지라는 요구는 온당치 않은 것 같다.
측근 비리 문제는 노 대통령이 도덕적 부담을 져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은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선관위가 그 발언에 대해 법을 위반하였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이번 탄핵이 '주차위반한 사람에게 면허정지를 한 것과 같다'는 지적은 실감나는 비유이다.
국민들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추진했던 탄핵의 '정략적 동기'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배후에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음모를 의심하고 있다.
국민 여론을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는 데만 골몰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엘리트 카르텔'은 내각제라는 정치제도와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엘리트 카르텔이 위임민주주의의 딜레마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며 동기, 과정, 전망이 모두 반민주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큰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치르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것을 추진한 사람들이 자진해서 철회해야 한다.
김태일.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자질.능력 부족, 자진사임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이 결정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탄핵안 가결에 찬성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탄핵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야당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행위는 큰 의미가 없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어차피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탄핵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의 심판 이전에 노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국가를 운영해 나가는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든 행위는 국정수행을 용이하게 하고 실수와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 지지와 견제를 받도록 돼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브로커십(brokership), 즉 대통령과 국회간 의견차이를 중재하는 능력이다.
물론 국민의 요구와 국가의 능력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중재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과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면, 국회를 설득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국회의 비판이 강하면 중재안을 찾아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회 의견이 옳으면, 겸허히 수용하는 자질을 가져야 한다.
국회와 상생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일때 대통령에게 브로커십이 없으면 대통령과 국회는 평행선을 달리고, 정국불안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이번 탄핵정국 전개과정에서 노대통령에게 브로커십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탄핵과 연계하겠다고 했을 때도, 한나라당이 탄핵에 동참한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운동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탄핵 맞교환 제의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박관용 국회의장의 중재노력에도 응하지 않았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중재 시도 역시 거절했다.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복귀시킨다 해도, 정국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노 대통령과 국회의 대치는 재발할 수밖에 없고, 국론도 양분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 노 대통령이 사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국회가 브로커십을 가질 수 없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국회는 헌법상 국정운영기관이 아니라 입법권으로 국정 기반을 마련하고 감사권으로 국정을 견제하는 기관이다.
반면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이므로 브로커십은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능력이다.
지금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지지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브로커십이라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구제할 때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재영.경남대 정치학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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