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솜씨가 대단한 친정어머니는 내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을 보실 때마다 혀를 차신다.
그 중에서도 '잡채'를 할 때마다 어머니는 내 뒤통수를 향해 이런 말씀을 던지신다.
"요리는 정성이야, 정성. 하나하나 세심한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나는 게지. 헌데 어찌 네가 하는 것을 보면 얼렁뚱땅. 도대체 요리하는 자세가 안되어 있어".
잡채(雜菜)를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나물에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양념하여 볶은 음식. 당면을 주된 재료로 쓰기도 함'.
친정어머니에게 있어 잡채는 모든 재료들을 따로 볶아 맨 나중에 섞는, 손이 가장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그래서 손님이 오시거나 큰일이 있을 때에만 특별히 만드는 음식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 잡채는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남아 있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너무나 쉽고 간단한 일품 요리에 불과하다.
또한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 빠른 시간에 폼나게 내 놓을 수 있는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인 음식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어머니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를 따로 볶는 어머니와는 달리는 나는 모든 재료를 조금씩의 시간적인 차이만 두고 하나의 프라이팬에 볶아낸다.
어머니는 당면이 들어가야만 잡채로 인정을 하시지만 나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은 야채잡채가 더 세련(?)되어 보이니 우리 모녀의 잡채에 관한 세대 차이는 엄청나다.
정성 들여 음식을 준비하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요리의 보람을 찾으시는 어머니와 '따라하는 것은 싫어'라는 광고 카피처럼 내 마음대로의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을 요리하는 최고의 즐거움으로 치는 나. 우리 모녀는 이렇게 다른 생각과 다른 방법의 삶을 살고 있다.
요리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두 딸도 나와는 다른 요리의 즐거움을 찾을 것이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은 또 어떤 방법으로 잡채를 만들어 낼까?"
요리, 내 맘대로 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나를 타인과 다르게 살게 해주는 한 방법이므로.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
돼지고기 100g, 대파 10㎝ 정도, 오이 반 개, 당근 반 개, 양파 반 개, 배추 4잎, 미나리 약간, 다진 마늘, 진간장, 통깨, 식용유, 고기양념장(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꿀 ½큰술, 참기름 ½.깨소금 ½.후춧가루 ¼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½작은술)
◇만들기
①돼지고기는 채썰어 준비한 양념장에 재어둔다.
②대파, 오이, 당근, 양파, 배추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5㎝)의 길이로 채 썰고, 미나리도 비슷한 길이로 썰어 둔다.
이 외에 청경채나 버섯(표고, 느타리, 송이, 목이 등)이 들어가면 더 좋다.
③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의 고기를 볶다가 반쯤 볶아졌을 때 당근을 넣고 볶는다.
고기가 너무 볶아지면 질기게 되므로 너무 많이 볶아지지 않도록 한다.
④고기와 당근이 어느 정도 익으면 미나리를 제외한 나머지 야채와 다진 마늘을 진간장으로 간을 한다.
⑤미나리는 불을 끈 뒤 섞어준다.
⑥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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