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국 '제2 마드리드 테러' 비상

입력 2004-03-17 16:03:30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배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일 수

있다는 각종 징후들이 드러나면서 16일 폴란드, 이탈리아, 호주 등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 테러비상이 걸렸다.

물론 이들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은 마드리드의 테러에도 불구,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나 테러공격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

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 등도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테러공포속에서 일부 국가들은 이라크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려는 움직임

을 보이고 있다.

▲ 이라크 파병국 테러 공포=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일원으로 9천500명의 다국

적군을 지휘하고 있는 폴란드는 마드리드 테러이후 공항과 기차역, 국경 등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으나 테러공포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폴란드 국민들은 앞서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의 75%가 이라

크파병으로 테러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마렉 시비에크는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테러로 테러위협이 문앞에까지 온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라크에 병력 3천명을 파병한 이탈리아의 지도자들은 이라크에 병력을 주둔시

키지 않았더라도 테러위협은 상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둔병력 철수 등 변화

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라크와 이번 테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탈리아는 세계의 다른 민주국가와 마찬가지로 테러의 목표가 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 등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국가들조차 스스로 안전

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 2천명의 병력을 파견한 호주에서는 존 하워드 총리가 테러위협을 인정

했으나 지난해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한 이후 위협이 커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

했다.

그러나 시드니에서 열린 대 테러회의에 참석한 존 피스톨 미연방수사국(FBI) 대

(對)테러전문가는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호주에 대한 공격은 '피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의 존 스티븐스 런던 경찰청장도 이날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테러저지

를 위한 조치를 대폭 강화했으나 테러 공격은 "필연"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400여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하고 있는 덴마크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으며, 이라크 주둔 폴란드 사단에 1천650명의 병력을 파견한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총리도 마드리드 테러가 일어난 것에 대해 "매우 우

려된다"고 말했다.

주제 마누엘 두랑 바로수 포르투갈 총리도 이날 마드리드 테러 이후 국민들의

테러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안조치를 재점검하고 경찰과 정보기관의 대표들에게

테러에 대비해 정보를 공유하라고 지시하는 등 테러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월 중순 현재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현황에 따르면 미군이 12만명을 파병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영국 8천220명, 이탈리아 3천명, 폴란드 2천500명, 우크라이나 1

천650명, 네덜란드 1천307명, 스페인 1천300명, 호주 850명, 루마니아 500명, 덴마

크 410명, 태국 451명 등이며 온두라스를 비롯한 나머지 25개국이 총 3천722명을 파

병하고 있다.

▲일부 국가 이라크 주둔 병력 철수 = 최근 총선 승리로 새 총리에 취임하게 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사회노동당(PSOE) 당수는 한 라디오방송과의 회견

에서 미국이 이라크측에 주권을 넘기기로 한 6월30일까지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공약대로 이라크 주둔 스페인군 1천300명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페인 여단에 소속돼 있는 온두라스도 병력 370명을 철군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온두라스와 함께 스페인 사령부 휘하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해온 엘살바

도르,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미와 카리브해 대부분의 국가도 이번 스페인

의 결정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카르도 마두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날, 7월중 철군하기로 한 이라크 주둔 병

력의 주둔기간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3개국은 앞서 15일 테러 공격을 우려해 자

국내 주요 항구, 공항, 대사관 등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국 이라크전 동맹국 결집 촉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얀 페터 발

케네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직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이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하

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라크 국민과의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평화를 증진시키고 테러작전을 추진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테러범들은 미국의 의지를 결

코 흔들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대테러전에)무엇이 걸려있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스페인의 철군결정에 대해 미

국에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명히 더 많은 나라들이 (이라크에서)

나가는 것 보다는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 뒤 그러나 "(이라크에서 해야할)

과제들은 완수될 것이며 다른나라들은(스페인과) 반대의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강

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국무부는 스페인의 이라크 주둔 병력 철수결정에도 불구, 테러

와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이번 철군이 알-카에다의

승리라고 표현한 미국과 유럽 언론의 지적을 부인했다.

▲이라크 전쟁 반대국도 테러비상=프랑스 법무부는 이날 정확하게 실체가 파악

되지 않은 이슬람 단체가 프랑스와 프랑스의 해외시설 등에 대한 테러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엔은 이 단체가 이슬람 교도들에게 학교에서 스카프(머릿

수건)를 쓰지 못하도록 한데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유럽과 미국에서 경찰력과 보안협력

을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한 뒤 "테러는 무기와 경찰력으로만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

다"면서 "경제적 문제 등을 포함한 테러의 근본과 싸워야한다"고 강조했다.(바르샤바.마드리드 AP.AFP=연합뉴스)

--관련기사--==>高 대행 테러대책 마련 지시

==>스페인 열차 동시다발 폭탄테러 131명 사망 / 2004년 03월 11일

==>"알-카에다, 스페인 테러와 연관" / 2004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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