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싸움붙이는 장관들'

입력 2004-03-17 13:37:10

"국무위원들은 이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정치상황에 대한 발언에 신중하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은 속에 뼈가 들어있었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탄핵 취하'운운 및 권한대행의 직무범위 관련 발언, 허성관 행자부장관의 '촛불집회 이중잣대' 논란과 관련해서다.

입이 가장 무거워야할 이 시기에 장관들의 입놀림이 너무 가볍다.

장관도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견해를 표시할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강 장관은 호.불호(好不好)의 표시-거기에서 딱 멈춰야 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아직 밥숟가락도 들지 않았는데 17대 국회서 탄핵을 취하하는게 바람직하다고까지 나가버린 건 오버(over)한 것이다.

거두절미, 진의(眞意)가 와전됐다고 변명하기엔 좀 '거시기 한' 것이다.

법무부는 파문이 일자 "기자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온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바 열린우리당 지지 표명이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언론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한 것이라는 해명과 어찌 그리도 똑 같은가? 대통령과 장관들의 기자문답은 그 자리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발언의도가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그 파장을 예상하고 또 각오해야 마땅한 것이다.

더구나 강 장관은 안해도 될 말-고건 대행의 권한범위까지 건드려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고 대행이 언제 내각개편 하겠다고 했나?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대행역에 충실한 상관을 옆에 두고서 소위 '잘나가는 장관'이 그래서야 따논 점수도 까먹겠다.

같은 맥락에서 "야간집회는 불법이지만 오늘 저녁 촛불집회는 문화행사로 한다니 불법이 아니다"고 한 허성관 장관의 이중적 처신 또한 '거시기'하다.

아니, 탄핵이라는 정치적이슈 때문에 모인 촛불집회가 문화행사라니 거시기하지 않은가. 주무장관이 고무줄 잣대를 쓰면 공권력은 엉거주춤할 밖에 없다.

지금 정치권은 극도로 예민하다.

바람소리 하나에도 화닥닥 하는 판이다.

개구리에게 돌던져 놓듯 책임 못질 발언, 싸움판에 불붙이는 언행일랑 누구든 자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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