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늑장개정 선관위 '죽을 맛'

입력 2004-03-17 11:24:55

돈 안드는 선거문화 풍토를 위해 선거방송 토론신설 등 '미디어 선거'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이 뒤늦게 이뤄져 대구시와 각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개정.발효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 대신 1회 이상의 TV대담토론회가 신설됐으나 이를 주관할 시와 구.군 선관위의 '선거방송토론위원회' 구성은 물론 예산 확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선관위는 개정 선거법에 따라 4월2일부터 진행되는 대담 토론회를 개최하기 위해 당초 16일까지 토론일정을 확정짓고 선거방송 토론위원 위촉 및 TV대담 토론회 사회자 선정, 의제선정 등은 18일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시 선관위관계자는 "토론일정은 아직 미정이고 각 선관위마다 9명의 토론위원을 채우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며 "게다가 중앙 선관위에선 토론회 예산조차 아직 배정하지 않고 의제 선정기준이나 토론위원회 규칙도 모호한 점이 많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특히 갑작스런 선거법개정으로 TV 대담 토론회가 신설됐지만 출연자격을 언론기관 여론조사결과 지지율 5%이상으로 정함에 따라 무소속후보 등 군소후보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거리현수막 홍보와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등이 금지된 데다 최근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얼굴 알리기'에 애를 먹고 있는 마당에 미디어 선거 참여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

대구시 달서갑 무소속 출마예정자는 ㅂ씨는 "지지율 5%로 진입장벽을 둔 것은 정치 신인들의 선거운동을 막고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수성갑 무소속 박흥우 출마예정자도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정치신인이 5%의 지지도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조항철폐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대 국제사회언론학부 엄기열 교수는 "지난 1998년 대통령 선거와 1999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당시 후보자의 TV토론 참가자격을 지지율 10%로 정한 것은 방송국의 합리적 판단이라는 헌법재판소결정이 있었다"며 "개정 선거법에서 5%로 정했지만 여전히 불평등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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