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불참에 국회 상임위 잇따라 무산

입력 2004-03-17 11:25:11

정족수 미달...회의 소집한 의원도 안나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6일 정치권 현안 해결을 위해 일부 상임위를 긴급 소집했으나 소속 의원들 대부분이 지역구 관리를 이유로 불참, 회의가 잇달아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작 회의를 소집한 의원들조차 나오지 않아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더 이상의 국회활동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의원들은 이날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안동수 한국방송 부사장을 상대로 탄핵 관련 방송보도의 편파성을 추궁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개회 정족수 미달로 열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윤성, 고흥길, 이원창, 김병호 의원과 민주당 심재권, 이협 의원 등 6명만 회의장에 나왔을 뿐 같은 당 권오을 의원을 비롯한 다른 야당의원 7명은 선거활동을 이유로 지구당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였다.

배기선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 등도 "탄핵으로 국정을 파탄시킨 두 당이 적반하장 격으로 방송사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회의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쪽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처음엔 "의원들이 오고 있는 중"이라며 개회 의사를 밝혔으나 개회 예정 시간이 두 시간 지나도록 추가로 도착하는 의원이 없었고 노성대 방송위원장도 이날 "여야가 합의해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 달라"고 통보하고 불참의사를 밝혀 의원과 참고인이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중에 개회 예정이었던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도 마찬가지였다.

북핵 문제 관련 현안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한 회의였지만 상임위 개회 여부조차 모르는 의원들도 있었다.

한나라당 한승수, 박원홍, 맹형규 의원은 지역구 사정을 이유로 불참한다는 뜻을 미리 전해왔고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보좌관은 회의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며 해명했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는 "마음은 콩밭(지역구)에 가 있는데 사실상 더 이상의 상임위 개최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아는데 이같은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무조건 열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도부에 불만을 털어놨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지금은 16대 국회의 권한을 17대에 이양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일에 열중해야지 당략에 의해 꼼수를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야권을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사진:16일 오후 탄핵관련 편파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소집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문광위 위원들이 회의가 개회되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탁자에는 방송위원장과 KBS사장의 불출석 사유 공문이 놓여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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