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명파 의원들 '탄핵 찬성' 선회

입력 2004-03-11 15:34:08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사과 요

구를 거부하고 나서자 탄핵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던 민주당내 '비서명파' 의원 사

이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이 요구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

속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막상 노 대통령이 야당과의 정면대결

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

은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수습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역

방향으로 나가서 정쟁의 국면을 더 크게 만들었다"며 "국회와 대통령이 장군멍군식

으로 가는 것을 우려했고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랐으나, 더 놔두면 국정은 파

탄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탄핵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추 위원은 또 설 훈(薛 勳) 의원 등 동료 비서명파 의원들에 대해 "내가 그분들

에게 무엇을 하라, 하지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분들도 알아서 판단할 것"이

라며 이들도 탄핵 찬성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조건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던 박종완(朴鍾浣) 의원과 탄핵 찬반 여부에 대

해 언급을 피해왔던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이날 오후 탄핵안 통과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도부가 소집한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등 기존 입장에서 선회하고 있

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또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찬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

했던 의원들도 대다수가 탄핵 적극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추 위원 등 비서명파 의원들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노 대통령 회견에 대한 실망

과 탄핵안이 의결될 경우 결과에 상관없이 당내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

에 없다는 판단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탄핵은 끝까지 반대"라는 뜻을 거듭

밝힌 설 훈 의원과 사실상 열린우리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재(金杞載) 의원은 의

총에 불참,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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