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죽어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지난해 11월14일 다니는 대학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의 결과를 통보받은 박혜란(22.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2년)양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이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 걸렸다는 판명을 받게 된 것. 백혈병의 일종인 이 병은 골수가 나빠져 백혈병으로 이행되는 병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나서는 청각장애를 앓는 아버지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는 박양은 "지난 몇 달 동안 별다른 이유없이 피곤하고 식욕이 없는 증상이 있었지만 병원에 갈 여유가 없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박양은 곧바로 인근 가톨릭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옆 침대의 백혈병 환자가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겁이 덜컥 났다.
"TV에나 나오고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백혈병에 제가 걸렸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지난해 12월 퇴원,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며 박양은 하루 10알씩 독한 약을 복용하면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몸무게가 10㎏ 가까이 줄었다.
1월부터는 항암치료와 기도 덕분인지 몸상태는 많이 좋아진 상태. 하지만 언제 백혈병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백혈병으로 전환되기 전 빨리 골수 이식수술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시한부 인생과 다름없다.
박양 치료를 전담하는 가톨릭대 의료진들은 "박양은 현재 백혈병으로 진행하는 상태"라며 "이른 시일 내 골수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일한 치료 방법인 골수이식을 위해 부모의 조직을 검사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겨우 조직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고 서울에 사는 2명으로부터 골수를 기증하겠다는 허락까지 받아놓았다.
희망의 빛이 감도는 것 같았으나 이도 잠시. 또 다시 절망을 맛봐야 했다.
5천만원이라는 엄청난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현재 박양가족은 월세 2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다행히 다니는 성당의 도움으로 1차 치료비는 가까스로 마련해 급한 불은 껐지만 어머니 조상임(46)씨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수입 50만원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너무나 벅차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양을 힘들게 하는 것은 '돈이 없어 죽어야 한다'는 생각. "차라리 희망이라도 없으면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 않겠다"는 박양은 매일 다니는 성당에서 '살려달라'고 기도를 하고 있다.
어머니 조씨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 자꾸 눈물만 난다.
아픈 와중에도 장애인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는 혜란이를 위해 사랑의 손길을 부탁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