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트워킹 각광

입력 2004-03-11 09:04:19

'인터넷으로 관계맺기'.

인터넷 네트워킹이 새로운 인맥 형성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커뮤니티,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 등이 그것. 최근엔 기존 공동의 주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보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 개인을 중심으로 한 '관계맺기'가 유행이다.

이는 기존 학연.지연 중심의 인맥 형성 구조를 크게 탈피한 것으로, 인터넷 네트워킹의 위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 나의 자산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박종선(28.여)씨는 여러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박씨가 유독 커뮤니티에 공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천연 화장품 및 비누를 제작.판매하는 박씨는 커뮤니티마다 '티 안나게'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천연 화장품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면 즉시 답글을 남겨 정보를 전달해준다.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사람들 가운데는 회사를 방문해 직접 천연 비누를 만들어보는 사람까지 있어 커뮤니티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박씨에겐 커뮤니티는 소중한 사업처이다

차 영업사원 김동욱(35)씨도 마찬가지. 차종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에 가입해 여러 가지 레저 활동을 이끌면서 잠재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씨는 "차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과 인맥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휴일은 커뮤니티 활동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반납하기 일쑤다.

박씨, 김씨와 같이 인맥을 중시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이제 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품을 팔아 인맥을 형성.관리한다.

박씨는 "인터넷을 통해 만나면 연령.직업.지역의 틀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한 인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난, 혼자 놀래

블로그, 미니홈페이지 등은 '인터넷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네티즌들의 놀이터이다.

최근엔 네티즌 문화가 한 가지 관심사에 대해 여러 사람이 모이던 커뮤니티에서 '나'를 중심으로 꾸며진 1인 미디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블로거들간에 자발적인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니홈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월드(http://cyworld.nate.com)엔 '일촌 관계맺기'가 가능해 개개인 네티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준다.

친구의 일촌관계를 따라가며 미니홈피 '파도타기'를 하다보면 하룻 밤에 수십명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이들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폐인을 양산해내기도 한다.

일명 '블로그 폐인'. 이들은 잠시라도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접속하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박정련(29.여)씨는 "지난달까지 미니홈피에 빠져서 밤을 새기도 했다"면서 "수시로 일기처럼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면서 혹시 방명록에 글을 남긴 친구가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안심이 된다.

또 친구와 일촌 관계에 있는 낯선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친구의 친구 미니홈피에 글을 남겨 또 친분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는 등 개인 네트워킹이 활발하다.

인터넷 네트워킹에 대해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인터넷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기존 학연.지연으로 이뤄지던 관계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이미 기존 관계를 대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인터넷상에서 형성되고 있다"면서 "인터넷 공간에서는 결속력이 느슨한 대신 사안별로 맺어지는 경향이 있어 관계의 성격 자체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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