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도 영양선 '주눅'

입력 2004-03-10 14:06:38

지난주 내린 폭설로 전국 곳곳의 비닐하우스.축사 등 농업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영양지역은 단 한건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영양군청과 군민들이 단단히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산간지역인 영양군은 해마다 많은 눈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산간오지 지역은 고립되는 등 많은 피해가 났다.

영양지역의 이번 적설량은 평균 25cm. 수비.일월면 등 산간 지역에는 40∼50cm의 폭설이 내렸다.

그러나 해발 530m의 일월산 끝자락에 있는 비닐하우스조차 이 폭설을 견뎌냈다

농민들은 정부 표준규격 쇠파이프(직경 25mm×길이 6.5m)로 시설하우스를 지었다.

여기에 산간지역 기후를 고려해 쇠파이프 설치 간격을 기준의 절반인 50~60cm로 줄이고 하우스 윗부분을 더욱 경사지게 만들었다.

비닐하우스가 한 겹인 경우 따로 버팀목(지주)까지 세웠다.

눈이 잘 흘러내리고 쌓인 눈의 하중을 버티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이번 폭설에도 영양에선 무너진 비닐하우스가 한 동도 없었다.

상추농사 6천평을 짓는 권상한(46.수비면)씨는 "3년전 내린 폭설로 비닐하우스 10동이 폭삭 내려앉는 피해를 당했었다"며 "비닐하우스 가운데 지주를 세우고 굵은 쇠파이프를 쓰는 등 하우스를 튼튼하게 지은 뒤부터 눈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양지역의 교통소통대책도 다른 지역과 달랐다.

영양군은 지난 2000년 군본청 2대, 6개 읍.면 각각 1대씩 제설차량을 구입, 이번 폭설때 큰 효과를 보았다.

또 트랙터를 보유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마을 진입도로 및 농어촌도로 등 각 도로에 제설 담당 구역을 지정해 주고 눈이 오면 트랙터에 제설장비를 부착해 곧바로 눈을 치우도록 했다.

제설 작업에 나선 농민들에겐 시간당 2만3천원(기름값 제외)의 일당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눈이 내리면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 눈을 치웠다.

이번 겨울 영양군의 제설 작업비는 불과 2천만원 남짓이었다.

수년간 반복된 재해에서 얻은 교훈으로 수십억원의 폭설피해를 막은 것이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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