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검으로 떨쳐버린 뇌성마비, 대건고 검도부 박준영군

입력 2004-03-10 11:33:48

뇌성마비 3급의 장애를 딛고 검도부 주장이 된 운동선수가 있다.

'검도 명문' 대건고(교장 구자호)의 박준영(3년.18)군.

지난 1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3.1절기념 대구검도대회에서 대건고가 라이벌 경북고와 대구공고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 박준영은 주장 자격으로 우승 트로피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비록 엔트리(7명)에 들지 못해 시합은 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을 다독여 거머쥔 승리였기에 더없이 기뻤다.

"'힘내서 우승하자'고 말했습니다.

후배들이 무시하지 않고 잘 대해 줘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SBS배 전국검도왕대회에서 박준영은 학교 서성희 코치와 함께 검도 기본동작과 연격, 응용동작 등 공개 연무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그는 '장애를 이긴 검도선수'로 소개돼 체육관을 찾은 장애인들의 귀감이 됐다.

"연무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배운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박준영은 키 158㎝, 몸무게 48㎏으로 체격부터 또래에 비할 바가 못되고 말도 서투른데다 다리도 불편하다.

태어날 때 난산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는 월촌초교 5년 때 검도를 시작하면서 몸도 좋아졌고 자신감도 갖게 됐다.

영남중을 거치면서 검도를 계속한 그는 대건고 방규건 감독의 배려로 특기생으로 입학, 당당히 검도선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2단 승단심사에서 한번만에 합격하는 영광도 누렸다

방 감독은 "영남중 교사로부터 소개를 받고 흔쾌히 응했다"며 "일부 사람들이 장애인을 선수로 받았다며 오해의 눈길을 보냈는데 그의 성실함을 본 후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졸업반이 된 박준영은 어느 입시생보다 큰 꿈을 갖고 있다.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9일 검도 훈련장을 찾은 구자호 교장은 "준영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사진 : 뇌성마비의 장애를 이기고 대건고 검도부의 주장이 된 박준영군이 검도 기본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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