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감동시킨 아내사랑

입력 2004-03-09 13:57:25

경산의 30대 신용불량자가 백혈병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불특정의 네티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자 많은 사람들이 돕기에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001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사업부진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정운종(31.경북 경산시)씨는 최근 본사기자를 비롯, 불특정한 네티즌들에게 자신의 아픈 사연을 이메일로 보내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아내 김점선(31)씨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

아내 김씨는 정씨가 신용불량자가 되자 섬유공장에 다니다 원단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5세된 아들과 함께 장모명의로 된 10평 남짓 원룸에서 생활하며 택시운전사 자격증을 따는 등 수렁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던 중 아내의 백혈병 진단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엄청난 골수이식 수술비용 마련에 막막해 하다 '아내만은 살려야 한다'고 결심한 정씨는 몇년전 자신에게 날아든 이메일로 누군가를 도우려 몇만원 송금해 준 기억을 떠올려 틈틈이 인터넷상 이메일주소로 '사랑하는 제 아내 선이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사연과 함께 계좌번호 등을 적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쓰레기 메일로 버려지기도 했지만 성금과 격려의 글도 이어졌다.

정씨는 "아내의 병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아내 몰래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하늘에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면서 "지금까지 1천만원 넘는 성금을 보내준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아내가 계속 치료받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착한' 네티즌 덕분에 8일 2차 항암치료를 위해 영남대 병원에 입원한 아내 김씨는 적합한 골수를 찾으면 4월말쯤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병원측은 보고 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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