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녹인 군인정신" 5870부대 장병들

입력 2004-03-09 11:53:27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의 임무는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계속된다". 진지구축 작업을 하던 병사들이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 생명을 구한 미담이 뒤늦게 알려져 꽃샘 추위를 녹이고 있다.

주인공들은 합천군 주둔 육군 제5870부대 3대대(대대장 강구룡) 소속 가야.야로.봉산면대 장병들. 구기본.하철호 병장과 김현우 상병, 곽희진.정재훈.이선동 일병, 이필우.이남철 면대장 등 8명이다.

이들은 지난 3일 때아닌 눈보라 속에서 가야면 성기리 성기대교 옆 야산에서 진지구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후 7시30분쯤. 어둑해진 88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 한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뚫고 다리 밑 30여m 하천으로 추락하는 것을 발견했다.

"작업중지~!" 명령과 함께 군인들은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차는 심하게 파손됐고, 탑승자들은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연기가 치솟는 사고차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 군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작전을 하듯 환자들을 모두 안전한 장소로 구출해냈다.

뿐만 아니라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군에서 익힌 응급처치법을 시행해 지혈을 하고 상처를 보호했다.

특히 환자들의 체온유지를 위해 군복을 벗어 덮어주고 손발을 부비는 등 교대로 환자를 감싸안기를 반복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때 생명을 건진 김모(58).최모(46)씨가 감사의 뜻을 부대에 전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거창소방서 합천파출소 박재권(53) 소장은 "어둡고 한적한 곳이라 장병들의 신속한 구조와 응급조치가 없었다면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뻔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병들의 선행 소식을 접한 대대장 강구룡 중령은 "군인이 언제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강추위 속에서 군복을 벗어 환자의 몸을 녹이는 등 위급함에 처한 사람을 구한 군인정신의 본보기롤 삼기 위해 이들을 표창하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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