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의 성의보감-발기유발 주사제

입력 2004-03-09 09:18:04

서비스 산업화 사회에서 '셀프 서비스' 개념은 이제 영역을 막론하고 보편화되어 있다.

분식점에서 단무지를 스스로 가져다 먹는 것에서부터 슈퍼마켓, 할인점, 세탁소, 주유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반제품 상태의 재료를 구입해 스스로 만들어 먹고, 입고, 꾸미는 것까지.

'셀프' 개념이 포함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

우리 몸의 질병이나 불편함을 치유하기 위한 주사제조차 이제는 환자가 셀프 서비스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남성의 발기장애를 치료하는 '발기유발제 자가 주사' 역시 그런 셀프 서비스의 하나인 셈이다.

셀프라 하여 뷔페식당의 접시처럼 무분별하게 욕심껏 주워 담기만 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발기능력이 예전같지 않아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L씨. 그는 당뇨 합병증 때문에 발기장애로 고생하던 친구의 '회생담'에 솔깃해 섣부른 행동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친구로부터 뺏다시피한 발기유발 주사제를 최근 새로 만나기 시작한 파트너와의 잠자리에서 예행 연습없이 사용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것이 과연 내 몸이었더냐' 싶을 정도로 위풍당당하게 2, 3회전까지 무사히 치른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작업이 끝나고 한참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 심하게 아프기까지 하니 체면불구하고 엉거추춤한 자세로 병원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하게 음경을 세척하고 음경 혈관 수축제를 투여해 다행히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런 경우 오랜 시간 방치하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응급한 상황이다.

완전 강직된 발기 상태가 1,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6시간 이상 계속 방치되면 음경의 발기조직에 손상이 생긴다.

12시간 이상 풀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L씨처럼 발기 유발 주사제를 처음 사용하면서 용량조절을 잘못하여 주사한 경우에 이런 일이 주로 발생한다.

병원에서 발기력 검사를 하거나 주사제 처방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단계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1980년대에 첫선을 보인 이 주사제는 발기 부전 환자들에게 '신의 손'으로 여겨질 만큼 획기적인 약물이었다.

최근에는 먹는 발기유발제(비아그라.시알리스 등)가 속속 개발돼 주사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먹는 약에 효력이 없거나 심혈관계 질환 때문에 경구용 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아직도 꼭 필요한 방법이다.

이 비법을 활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L씨의 경우처럼 부주의, 혹은 의도적으로 과량을 투여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음경 지속발기증이다.

대략 1시간 정도 지속될 정도로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김정열 탑연합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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