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의 '6% 성장론'

입력 2004-03-06 11:14:09

성장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물며 '소득 1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성장이 어느 때보다 목마른 시점이다.

그러나 성장은 욕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시장 기능을 벗어난 무리한 성장은 '버블'로 연결돼 오히려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이 상태로는 5% 성장도 어렵다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하루아침에 6%성장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에 국민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소상공인.재래시장 혁신사례 보고회'에서 "장기적인 성장곡선은 5%지만 욕심은 6%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가 투명해 지고 공직사회가 열심히 뛰어 신뢰가 높아지면 통계가 안나오는 1%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제학자가 보지 못한 1%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는 사뭇 강렬해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경제 낙관론'에 국민들은 상당히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의 경우 '아니면 말고'식의 말 잔치로 끝나는 경우를 워낙 많이 겪다보니 대통령의 '6% 성장' 발언에도 별로 느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피부에 와닿는 생활고(苦)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장밋빛' 미래를 얘기한들 국민의 얼마가 이에 동조하겠는가. 때마침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과 관료들의 규제 만능주의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가로막고 있다"며 또 한번 쓴소리를 했다.

외신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신용불량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넘쳐나는 청년실업자,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허술한 경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6%성장은 좋지만 돈을 풀어서라도 약속은 지키겠다는 '억지 성장'은 안된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지 더욱 염려된다.

대통령의 '6% 성장론'이 고소원(固所願)이나 불감청(不敢請)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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