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파동 "이 지경될때까지 정부 뭐했나"

입력 2004-03-06 11:14:44

"예고된 원자재 파동이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구경만 하나요. 뒤늦게 고철 수출 및 매점매석을 제한한다고 원자재 파동이 안정되겠습니까".

정부는 원자재 파동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자 고철, 철근 수출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원자재 수급대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4일 성서공단에서 만난 업체 대표들은 정부자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업계는 이번 원자재 파동이 정부의 '무대책'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자금 공방에 휩싸인 정부가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것.사실 원자재 난은 세계 경기 호전과 중국 경제의 무서운 성장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길게는 1년전부터 2004 세계 경제 전망의 최고 화두가 됐다.

이에 따라 우리만 손을 놓고 있었을 뿐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원자재 수입국이 일찌감치 비상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우 업계 스스로 자발적 대책 마련에 나서 올 1월 신일본제철이 중국 톈진시에 코크스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 연간 30만t을 우선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나섰다. 철강제품의 가격상한제를 강화해 추가 가격인상을 방어한 것. 60% 이상의 철광석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인도 정부 또한 중국이 철강 원자재인 유연탄 수출을 규제하자 정부 협상을 통해 철광석과 석탄을 맞교환키로 합의했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는 원자재 대량 구입에서 거래처를 다양화 해 소량구매 방식을 채택했고 우크라이나는 6개월~1년간의 철강업자 면허갱신을 통해 철광 수출을 간접 규제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원자재 수급 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고철 매점매석을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미 지난 2, 3개월간 고철 사재기가 봇물을 이뤘고 고철 수출물량은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의 3%에도 채 미치지 못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

"고철 및 철강 사재기는 벌써 끝났습니다. 대상들은 아무리 값이 뛰어올라도 물량을 풀지 않습니다. 값이 더 뛰어 오를때까지 꾹 참고 있는 것이죠".

성서공단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보증금을 줘야 겨우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지경이라며 때늦은 정부대책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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