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화려한 현역생활 은퇴...21년간 정든 코트 떠나

입력 2004-03-06 08:49:34

"울지 않겠다고 스스로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지금도 꾹 참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오던 전주원(32.176㎝.현대 코치)이 21년간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선일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농구공을 잡기 시작한 전주원은 지난 1월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배 2004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올스타전에서 정식으로 은퇴식을 가졌다.

국내 여자농구를 대표해온 전주원은 지난 91년 농구대잔치 신인상을 탄 이후 거의 해마다 베스트5에 뽑혔고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 97년과 9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등 대표팀에서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는 특히 2001년 8월 여름리그에서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다가 7개월만에 복귀해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맹훈련을 통해 최고 가드로 거듭났다.

이날 남부 선발 코치로 나선 전주원은 벤치를 지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임신 3개월에도 불구, 선수로 출전하는 모험을 감행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뛰는 코트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 전주원의 설명.

경기에 앞서 의사로부터 경기에 나서도 지장이 없다는 검진까지 받아놓은 '악바리' 전주원은 초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지만 얼마 가지않아 녹슬지 않은 모습으로 코트를 누볐다.

1쿼터 종료 5분36초를 남기고 최위정과 교체 투입된 전주원은 투입된 지 3분이 흘렀을쯤 상대팀 변연하의 밀착마크를 뚫고 레이업슛을 성공시킨뒤 곧바로 깨끗한 3점포를 터트려 팀이 25-26으로 추격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또 1쿼터 종료 직전 하프 라인 부근에서 28-28 동점을 만드는 통쾌한 3점포를 터트리는 해결사의 면모를 선보이는 등 모두 13분40초 동안 뛰면서 15득점(3점슛 3개 포함), 2리바운드, 4어시스트, 1가로채기로 펄펄 날았다.

은퇴식은 물론 인터뷰 초반까지도 감정 표현을 자제했던 전주원은 그러나 경기 직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남편 정영렬(33.아이필스포츠 대표)씨가 "그동안 수고했다"며 악수하자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전주원은 "이제는 뛰고 싶어도 못 뛴다는 생각에 갑자기 서글퍼졌다"며 "시간이 지나면 내 이름 석 자가 자연스럽게 잊히겠지만 가끔 전주원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팬들이 기억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원은 앞으로 친정팀 현대 코치로 활동하면서 SBS 농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프로농구 중계석'에도 출연해 방송 진행자로도 변신할 계획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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