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委의 공포탄 '대통령 중립하세요'

입력 2004-03-04 11:36:55

"내가 누굴 지지하든 웬 시비냐"고 총선개입 시비를 일축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선관위가 시비를 걸었다.

'열린우리당이 표를 모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이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난 연말엔 '총선 양강구도' 발언으로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받았고 이번엔 또 명백한 선거법위반으로 '중립 촉구' 공문까지 받게됐으니 대통령 권위가 말씀이 아니다.

딱하고 또 딱하다.

옐로카드 두번이면 어찌 되는가?

청와대와 3야(野)의 사면초가에 빠진 선관위는 또 이런 '정치적 결정'을 하느라 얼마나 고심했을꼬? 중립의무를 위반했으나 이 조항엔 처벌조항이 없고, 특정정당 지지발언을 했으나 기자회견 답변이므로 적극적인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그래서 고민끝에 내린 판결이 '위반은 위반이되 위반이 아니다'는 식이다.

추상같아야 할 선관위의 '판결'이 노 대통령과 야당 모두에게 불만족으로 나타났다면 문제는 '끝'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신인들은 명함 한장만 돌려도 선거법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는 판인데, 대통령은 무슨 소릴해도 달랑 '공문 한장'에 그치면 소가 웃을 일이다.

"앞으로 4년을 제대로 하게 해줄 것인지, 못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가려줄 것"이란 이 말이 뭔 말인가? 표 찍어달라는 소리 아닌가? 이건 명함 수천만장보다 더한 소리다.

선관위는 적어도 '주의'.'경고'정도는 보냈어야 했다.

읍참마속은 힘없는 신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노 대통령께선 그 현란한 말솜씨, 모두가 걱정하는 '그 언행'을 부디 줄이시기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장과 전경련이 걱정하고 총리와 법무장관까지 걱정하는 판이면 자신의 발언스타일에 문제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치자(治者)의 덕목이다.

거듭,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만이 관권선거가 아님을 밝힌다.

대통령이 우리당 지지하겠다는데 공직자가 '열중 쉬어''편히 쉬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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