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기업하기 좋은 대구 만들려면

입력 2004-03-03 11:40:56

대구의 경제상황을 나타내기 위한 지표로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몇 년째 전국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인용을 자주 한다.

물론 GRDP라는 개념의 특성상 지역 경제상황 역시 전국 최하위라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경제시스템이라는 것은 생산, 소비, 투자 등 각 활동들이 서로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성장하고 서로간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현재 지역의 소비수준에 비해 생산이 낮다는 것은 대구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분명한 장애요소이다.

생산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생산활동을 잘해야 소득이 증대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며, 이는 다시 투자와 재생산으로 이어져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요소인 기업들에게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는 불만을 자주 듣는다.

올해 들어서 대구시에서는 조해녕 시장을 필두로 해서 '기업하기 좋은 대구'를 만들기 위해 각종 지원사업과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소 늦은 면도 있지만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크게 하드웨어 적인 부분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부지, 교통.통신망, 인력 그리고 각종 설비 등이고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과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를 효율적이고 친기업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 '기업하기 좋은 대구'의 현실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제조업 공동화의 위기의식까지 불러오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로의 생산기지 이전도 단순히 해당지역의 값싼 노동력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서 옮겨 가는 것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기업환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집적되어 있는 산업단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는 성서산업단지다.

성서산업단지는 1∼3차 단지에 이어 4차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고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까지 형성되어 있어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다.

또한 서재, 성주 등 대구 주변지역으로의 교통 관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서산업단지가 매일 극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 간접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류비의 낭비를 초래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교통정체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의 지출까지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상용차 부지와 4차단지 확장까지 생각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문제이니 만큼 대구시에서도 분명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집행하려는 적극적인 행동, 즉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기업들은 해당지역의 기업환경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또 다른 산업단지인 구지지방산업단지의 예를 들어보자. 성서4차단지의 경우 분양면적에 비해 신청업체가 너무 많아 788개 신청업체 중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27개 업체만 혜택을 받게 되었다.

대구의 공장용지 부족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체용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대안의 하나가 연내 분양을 목표로 추진중인 구지지방산업단지의 분양이다.

그러나 교통물류비 절감을 위한 진입도로 및 기반시설, 사원들이 거주할 환경, 공업용수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분양가도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업들이 주저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큰 목표가 있다면, 단순히 지가(地價)에 따른 수익성이나 초기투자 부담을 계산하기보다는 기업의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기업은 단순한 손익계산의 대상이 아닌 생산활동의 중심이자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 내는 가치창출의 원천이라는 관점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두 산업단지의 예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못지않게 그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위 '친기업적인 성향의 마인드'를 갖추고 문제해결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이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것보다는 자사 직원들이 살아갈 환경, 해당지역의 문화, 시민의식 수준, 그리고 해당 관련기관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어느 외국인 CEO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다.

이희태(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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