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입력 2004-03-02 13:31:58

1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제76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키위'(뉴질랜드인)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작품상, 감독, 각색, 편집, 미술감독, 의상, 작곡, 주제가, 음향, 시각효과 등 11개 부문을 휩쓸며 지난 1959년 '벤허'와 1997년 '타이타닉'이 세웠던 역대 아카데미영화상 최다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또 '왕의 귀환'은 팬터지영화로는 처음으로 최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게다가 미 영화감독조합(DGA) 선정 최고의 감독으로 뽑혔던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영화상을 계기로 외국감독으로서 미 할리우드 최고의 명장으로 확실한 위치를 굳히는 등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는 뉴질랜드 영화인들이 줄이어 수상대에 올라 인구 400만명이 채 안되는 남태평양상의 작은 나라가 아카데미상의 진정한 승자가 된 것.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한 극장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뉴질랜드인들은 시상식에서 뉴질랜드가 언급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등 밤새 축제의 파티를 즐겼다.

영화배우 빌리 크리스털의 사회로 3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시상식은 9.11테러, 이라크전쟁이라는 악재로 최근 2년간 이벤트가 다소 가라앉았던 것과 달리 어느 해보다 밝고 호화로운 축제로 치러지는 등 전세계 영화인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은 각각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에 출연한 숀 펜과 팀 로빈슨에게로 돌아갔다.

한 동네에서 25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살인과 강간, 우정 등을 격렬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에서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서 숀 펜과 팀 로빈슨은 살해된 딸의 복수를 벌이는 아버지 지미와 그의 친구이며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데이브로 출연한다.

그동안 '아이엠 샘'(2002), '스위트 앤드 로다운'(2000년) 등 네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숀 펜은 이번 남우주연상으로 처음 오스카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한편 뉴질랜드 마오리 소녀 케이샤 캐슬 휴즈가 사상 최연소 후보에 올라 관심이 집중됐던 여우주연상 부문은 '몬스터'에서 열연한 샤를리즈 테론이 수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골든 글로브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는 이번 수상으로 조국에 첫 번째 아카데미상을 안겼다.

첫 작품 '데블스 애드버킷'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몬스터'에서 연쇄살인범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13.5㎏ 늘리는 등 열연을 펼쳤다.

여우조연상은 3회연속 조연상 후보에 오른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갔다.

'콜드 마운틴'에서 억센 시골 처녀로 출연한 그녀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카고'로 아카데미를 노크한 이후 처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편 여성 감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각본상 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쳤으며 대공황기 경주마 이야기를 그린 '씨비스킷'은 무관에 그쳤다.

이밖에 '마스터 앤드 커맨드'는 주요 부문 수상은 실패했지만 음향편집상과 촬영상을 차지, 2관왕에 오르며 위안을 찾았으며 '니모를 찾아서'는 '브라더 베어'와 '벨빌의 세쌍둥이'를 제치며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차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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