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관람객이 망치는 수목원

입력 2004-03-02 09:31:34

며칠전 부모님과 친지를 모시고 수목원에 갔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대구수목원을 보고 즐기는데, 예전에 보지 못한 매점이 생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무질서와 몰상식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직장이 근처여서 자주 가는 편인데 반입이 금지된 몇 켤레의 롤러블레이드와 여러 채의 라켓이 보관되어 있었고, 들어오는 길을 가르쳐 주는 수신호를 무시하고 반대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라고 일일이 얘기하는 관리인들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물을 마시려고 급수대를 찾으니 매점 바로 맞은편에 있었는데 이상한 것들이 쌓여 있어서 가까이 가 보니 쓰레기였다.

음료수 캔과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는 것이 너무 불결해 어떻게 물을 마시라는건지 이해가 안됐다.

매점 앞에서 잠시 지켜봤는데 관람객들은 너무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려 심각한 수준이었다.

신문기사에서 수목원이 대구의 자랑 12가지 중의 하나라고 읽었다.

물론 좋은 시설을 만들어 놓았으면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즐겨야 하는데,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정돈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듯 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갈 때도 반대로 진입한 상대방의 차가 나가지 못하게 밀고 들어오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깍듯한 예의를 바라지는 않더라도 그저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면 족한데 모처럼만의 외출에서 마음이 불편하기만 했다.

바로 벌금을 매기거나 사진을 찍어서 공개하지 않으면 화장실, 벤치, 주차장, 급수대가 엉망이 되는 관람시설. 무언가를 보고 오는 가장 좋은 모습은 왔다 간 흔적이 없는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러나 일부 대구시민들은 왔다 갔다는 표시를 너무 많이 내는 것 같다.

신보균(대구시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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