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 17대 총선에서부터 적용되도록 한 선거법 개정안 가운데 국회의원 후보 초청 방송토론회의 참가 자격 규정이 문제의 불씨가 되고 있다.
무소속 후보의 경우 지지도 10% 이상이라는 '무리하기 짝이 없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본다.
▲방송토론회가 출마 자격 심사대(?)=이번 선거부터는 대규모 청중을 모아놓고 벌이던 대중 집회를 법으로 금지했다.
때문에 매스컴의 역할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자를 '상대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방송토론회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토론회 참가 자격 제한은 미디어 선거라는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해당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국회정개특위 위원인 이병석 의원은 "이같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시간과 절차를 감안할 때 법안을 손질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최선을 다해 이런 문제점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당에는 관대, 무소속에게는 가혹=대통령 선거에서는 언론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평균치가 5% 이상인 후보자에게 방송토론 참가 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에만 무소속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평균' 지지도 10%라는 두 배나 강화된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정당에 대해서는 기준을 더욱 완화했다.
일례로 지난 2002년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의 5% 이상 득표라는 규정을 완화시켜 문호를 더욱 개방했다.
민주노동당도 참가 자격을 얻었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이같은 제약은 유력 무소속 후보의 출현을 사전에 막으려는 기성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무소속후보 10% 지지도는 가능한가=무소속 그것도 첫 출전하는 무소속 후보의 경우 10% 인지도는 백그라운드가 없으면 최소 6개월 이상 지역을 발이 닳도록 누비고 다녀야 겨우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더구나 인지도도 아니고 지지도 10%라면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 경북도지부 이상학 사무처장은 "신인으로서 지지도를 선거 막판까지라고 10% 넘기기는 하늘에 별따기"라며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면 신인의 출마를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 왜곡 우려=대구.경북에서 10% 이상의 지지도를 보이는 정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밖에 없다.
그밖의 정당은 3%대 아래다.
그 반면 지역별로 유력한 무소속 후보들이 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는 경우는 적지 않다.
때문에 무리한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 제한은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규정은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을 막고 방송토론 편의를 위한 조항이라는 것이 국회 정개특위의 설명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횡포를 넘어 유권자의 알권리 제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방송사의 고민=방송토론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편의성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출마한 후보의 참가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은 아무리 법규정이라고 해도 토론회 자체를 반쪽짜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의 고민도 적지 않다.
참가자격을 얻지 못한 후보와 방송사간의 충돌 우려도 없지 않다.
또 결과적으로 방송토론회 자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병용 TBC 정경부장은 이와 관련, "후보자 난립은 막아야겠지만 턱없이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유력한 무소속 후보를 참가시키지 못하는 토론회가 된다면 후보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선거방송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며 "이 규정을 고친다면 지난 16대 총선 당시의 경험에 비춰볼 때 5% 선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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