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신(董豊臣)을 아십니까. 오늘 3.1절을 맞으면서 우리 청소년 독자들에게 던져보는 '골든벨' 문제다.
이순신님과 같은 군인? 아니면 중국 동씨집안의 장군이나 사신?
그런데 어느 쪽도 아니다.
남자는 더더욱 아니다.
1919년 3.1 독립운동 당시 16세 어린 소녀로 함경도 길주(吉州)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일본헌병에 체포돼 투옥, 1년만에 옥사한 순국독립열사의 이름이다.
아버지도 독립만세를 부르다 피살됐다.
16세의 나이와 독립만세를 부른것과 아버지가 피살된 것 그리고 투옥후 옥사한 것까지, 그녀의 순국 길은 유관순 열사와 너무나 닮아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다.
그럼에도 우리는 광복후 수십년간 3.1절만 되면 판에 박은 듯이 유관순 열사만을 떠올려왔다.
남한쪽 학교에서는 유관순님의 순국만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남북의 이념분단은 민족독립투쟁의 역사교육조차 쪼개어 가르쳐온 셈이니 우리의 젊은 세대가 동풍신 열사의 순국의 얼을 알 턱이 없다.
8년전인가 본란에 동풍신 순국을 쓰면서 대구시내 청소년 100여명을 대상으로 동풍신을 아느냐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님을 아는 청소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어저께 K여고의 도움을 받아 똑같은 설문을 다시 해봤다.
결과는 0%. 8년전과 변한 게 없었다.
유관순만 알고 동풍신을 모른다고 우리 아이들의 민족의식이나 애국심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
다만 3.1절에 소녀열사의 순국을 새삼 거론해 보는 것은 지금의 역사교육이 계속 이대로 흘러가도 좋은가에 대한 성찰을 해보자는 데 있다.
지난 주 어느 고교의 국사담당 교사도 고1년생을 대상으로 6.25 전쟁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6.25가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라 답한 학생이 몇명이나 있었다며 교사로서의 자책감을 글로 내보냈다.
어느 초등학생은 6.25 전쟁을 주제로한 그림에서 커다란 시계 하나만 덩그러니 그린 뒤 시계바늘을 4시에 맞춰 그려냈다.
6.25의 남침이 새벽 4시였다는 지엽적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어른들이 그런 절름발이 역사교육을 해 온 탓이다.
얼마전 386세대를 두고 노 정치가가 3.1운동과 8.15해방, 그리고 6.25전쟁을 모르는 철부지같은 세대라고 했던 비유 역시 다음 세대에 대한 역사교육의 가벼움이 가져올 해악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미 중국이 고구려 역사에 대한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논리적 무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고교 2, 3학년에 국사수업을 아예 빼버리는 얼빠진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 왜곡을 위해 20여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한국사(史)의 허점을 꼬집어 내면서 국가예산과 조직을 지원할 때 우리쪽은 빈번한 시위문화로 숙달된 항의시위나 성토가 고작이었다.
일본의 독도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마찬가지다.
고려사(史), 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고전과 역사책을 샅샅이 해부해 자구(字句) 해석 하나하나 역논리를 펴가며 수십페이지에 걸쳐 조목조목 역논리를 펴내놓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노래방에서 '독도는 우리땅'만 부를 게 아니라 철저한 역사적 이론무장이 시급하고도 알차게 젊은 세대들에게 이입(移入)돼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6.25에 대한 역사교육을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에서나 더 생생하게 맛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있고, 3.1절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보수인사들과 친북 좌경세력과 세(勢) 다툼하는 자중지란을 보면서 국경일을 떠내려 보내고 있다.
이런 비뚤어진 역사교육 풍토에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뿌리를 얼마나 깊이있게 배우고 느끼고 사유(思惟)할 것인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역사란 것은 따로 거창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오늘 하루하루의 사실과 진실이 채곡채곡 쌓여가면 세월과 함께 역사가 돼가는 것이다.
지난 역사에 대한 교육과 유산작업이 부실했던 아쉬움이 큰 마당에 노 정권이 지난 1년 동안 만들어낸 현대사(史)마저 분열과 반목과 부패로 얼룩졌음은 뼈아픈 퇴행적 역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남은 4년동안 깨끗하고 자랑스런 역사만들기와 2세 역사교육에 새롭게 눈뜨고 동풍신이 비록 북한태생 소녀라 해도 남한의 청소년이 그님의 순국의 얼도 유관순님과 똑같이 함께 기릴 수 있는 탈이념적 교육이 가르쳐진다면 통일을 내다보는 21세기 한국의 역사는 뭔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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