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 신인들 총선 진입 막는다

입력 2004-03-01 11:25:02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해 대규모 청중 동원이 뒤따르는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를 폐지하고 언론매체의 역할을 강화한 개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 상의 방송토론회 자격 규정이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를 막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 무소속 후보들의 집단 반발 등 파문이 예상된다.

개정 선거법이 국회의원 선거에도 방송토론회를 의무화함에 따라 제 82조 2항에 신설된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 관련 규정은 국회의석 5개 이상을 가졌거나 직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효표의 3% 이상을 얻은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후보 초청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제의 '독소조항'은 무소속 후보의 경우에 '직전 선거에서 당해 선거구에 입후보 하여 10%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나 '언론기관이 선거기간개시일 전 30일부터 선거기간개시일 사이에 실시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이 10% 이상인 후보자'만 방송토론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

이 규정을 실제 선거 현장에 대입시킬 경우 전.현직 의원이나 유명 연예인 그리고 유명 방송인 등이 아니면 대부분의 무소속 후보들은 방송토론회에 나가보지도 못할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거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방송토론회에 불특정 언론기관의 기준이 모호한 여론조사 지지도 평균치라는 조건을 근거로 참가 자격을 주는 것은 법을 앞세운 기성 정치권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같은 규정이 결과적으로 일부 유력한 무소속 후보의 출마를 막는, 피선거권 제한이라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높다.

여론조사기관인 유니온리서치의 권칠용 대표는 이와 관련 "처음 출마하는 신인의 경우 언론매체에 등장할 정도로 '사고'를 치지 않고서는 인지도 10%를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물며 지지도 10%를 넘기라고 규정한 것은 신인들은 아예 명함을 내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도 "미처 정개특위에서 챙기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라며 "국회 통과 이전에 시정.보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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