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점심은 먹을 수도 있고 안먹을 수도 있는 간식 정도의 식사를 가리켰다.
하루 세 끼 식사가 정착된 것은 20세기 이후 일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 임금은 하루에 다섯끼를 먹었다.
임금은 아침과 저녁에 받는 두 번의 수라상 말고도 아침 수라 이전에 초조반상, 점심에 낮것상, 밤에 야참을 먹었다.
수라상에는 밥.국.김치.장.찜.전골 등 기본 음식 외에 12가지 반찬이 올려지지만 초조반상.낮것상.야참상에는 임금의 위가 과도하게 비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음식인 미음.죽.면 등으로 간소하게 차려졌다.
*조선시대 임금은 '1일 5식'
조선시대 임금은 이처럼 섬세한 배려를 받았지만 역대 27명 군주의 평균 수명은 47세밖에 안됐다.
고려왕조 역대 34명 군주의 평균 수명은 42세였다.
전국에서 진상되는 최고의 음식만으로 차려진 수라상을 받고 수시로 보약을 먹었으며 당대 최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임금들의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은 전제군주제 아래 최고 결정권자인 임금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 관료들이 연간 60일 정도의 휴무일을 가진 것과 달리 국왕의 휴무는 국기일(왕.왕비 사망일)과 명절에 그쳤다.
역사서는 대개 국가에서 편찬한 정사(正史)를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역사학의 속성 탓에 시대별로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역사서들은 읽기가 딱딱하고 따분하다.
동방미디어가 최근 펴낸 '테마로 읽는 우리 역사'(김경수.이영화 지음)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향점이 분명한 책이다.
그것은 '친근함'이다.
고대.중세.근대.현대라는 시대별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17개의 테마들을 배치해 역사에 접근하고 있다.
테마 속 소재를 보면 △임금님의 수라상 △신랑없는 결혼식 △궁궐 속의 제3세력, 궁녀와 내시 △옛 길과 신작로에서 고속철도까지 △성과 씨, 본관 △팔도의 유래와 별칭 △기록문화의 최고봉 조선왕조실록 등이 들어있다.
*경상도 '문둥이'는 '文童'서 비롯
책은 속담에 얽힌 선조들의 애환과 삶도 들여다 본다.
경상도 사람들을 왜 '문둥이'라고 부를까. 책에 따르면 이 말은 나환자의 의미가 아니라 '문동'(文童)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문묘에 모셔진 18현 중 무려 8명이 영남사람인데, 영남이 학문이 성한 고장으로 글 배우는 아이들도 많았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것이다.
'최씨가 앉은 자리에는 풀도 안난다'는 말의 역사적 어원은 고려 충신 최영 장군의 야사에서 비롯됐다.
최영의 무덤에는 풀이 자라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이성계의 변절로 고려를 구하지 못한 억울함이 최영의 무덤 속까지 사무쳤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최씨가 독하다는 부정적 속담으로 변질된 것은 조선왕조 건국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역사성이 내포돼 있다고 저자들은 해석했다.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흥미 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되는 미덕을 지녔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김경수는 현재 청운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며, 이영화는 서강대 사학과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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