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보기관 아난 UN총장 도청"

입력 2004-02-27 10:01:31

영국 정보기관이 이라크 개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대

해 정탐활동을 했다고 영국 정부 전직 각료가 26일 폭로했다.

클레어 쇼트 전 국제개발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물론 그렇다. 이런 일

들(스파이활동)이 행해졌고, 코피 아난 총장 집무실에 대해서도 얼마동안 이뤄졌다"

고 말하고 자신도 아난 총장의 대화 녹취록을 읽어본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25일 영국 검찰은 미국 정보기관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 외교관들에

대한 정탐활동을 영국 정보기관에 요청한 메모를 폭로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 정보통

신본부 통역.번역원이었던 캐서린 건에 대한 재판을 포기했으며, 이에 따라 캐서린

건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쇼트 전 장관은 BBC 라디오의 '오늘'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캐서린 건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가운데 코피 아난 총장에 대한 전화 도청 등의 정탐 사실을 주장했다.

쇼트 전 장관은 토리 블레어 정부의 최장수 장관중 한 사람이었으나 지난해 5월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사임했다.

영국 총리실은 쇼트 전 장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

았다.

다음은 쇼트 전 장관과 BBC 대담자간 관련 인터뷰 내용.

--(질문자)유엔에서 스파이 활동은 매우 다른 문제인데, 그렇지 않은가

▲(쇼트 전 장관) 그렇죠.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코피 아

난 총장 사무실의 경우 한동안 이뤄졌다.

--다시 묻건대, 영국이 그 일에 관여됐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내가 안다. 내가 아난 총장의 대화 녹취록을 봤다. 사실 이라크전 개

전 전에 나는 아난 총장과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 대화가 녹취돼 나와 아난 총장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겠구나" 생각도 했었다.

--그러니까 영국 정보요원들이 명령을 받고 아난 총장 같은 유엔 인사들에 대한

공작 작전을 수행했다는 뜻인데

▲물론 그렇다.

--현직 장관으로 있을 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물론. (현직에 있을 때) 아난 총장의 대화 녹취록 일부를 읽어봤다.

--합법적인 일인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겠나 생각한다. 특수한 경우인데. 합법성에 대해선 모르

겠다.(런던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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