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역할? 우리에게 혐오감을 주는 주제이다.
참여정부 대통령 측근들의 각종 이권개입 혐의, 대쪽(?) 정치인의 정치자금 차떼기 수수, 겨 묻은 국회의원의 똥 묻은 국회의원 감싸기 등 정경유착의 고질병이 극명하게 노출되고 있는 현 한국정치형국에서 정치인들에게 아직도 기대할 것이 있을 것인가라는 비아냥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
이런 정치인 부류들 때문에 한국 경제는 멍들었고 대구경북 지역경제는 침체국면에서 추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치인의 역할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하나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그래도 필요하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지방분권특별법안'의 통과로 2004년 드디어 지방정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정치는, David Easton의 표현에 따르면, "어떤 사회를 위한 희소자원의 권위적 배분"으로, 정책결정과정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가치의 배분을 실행하는 행위이다.
이 배분행위는 기존의 배분체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기도 하고 새로운 배분체계를 설정하여 추진되기도 하는데, 전자는 대개 전문기술관료들에 의해, 후자는 대개 정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회의 자원은 제한적이어서 배분체계를 바꾸려고 하면 사회계급이나 집단 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상호 마찰을 빚게 되는데, 이때 이익조정을 순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몫인 것이다.
정치인이란 Max Weber가 경력직 관료를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상정했던 '비관료 엘리트'에 속하는 대통령.국회의원.정당인 등 주민투표로 선출된 민선정치인을 주로 의미한다.
이들이 건전한 정책결정과정을 통하여 유한한 사회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정치인의 경제발전에 대한 순 기능적 역할이며, 중앙정치 차원에서는 국가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가져와 국민 전체가 골고루 혜택을 누리게 하고, 지방정치 차원에서는 한정적 범위 내에서 자원을 배분하는 탁월한 정책적 선택을 함으로써 지방경제를 특성적으로 발전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간 중앙정치에만 지나치게 의존했었고 지방정치는 그 역할이 미미했었다.
역대대통령은 정치스타일에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경제정책결정에서는 독단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부주도형 성장모델을 고집하면서 분배와 복지상의 정책적 배려는 미흡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박정희대통령은 개발독재로 한국경제를 급속히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나 대기업위주, 농업 희생을 담보로 한 공업발전전략으로 수도권집중구도로 가는 원인을 제공했으며, 그 후의 대통령들 역시 유사한 경제발전 전략을 계승하여 '서울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심각한 지역 간 발전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대통령중심제에서 국회의원과 정당인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의원들은 중앙당의 통제와 간섭에 의하여 당론에 획일적으로 행동하도록 요구되었으므로 지역구를 대변할 법률안 발의나 자원분배요청 등의 자율적인 행동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경북지역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원배분의 정책적 배려에서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때는 지역감정해소차원에서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를 비롯한 몇몇 지방중점사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약속되었지만, IMF 탈출이라는 대명제하에 진행된 중앙집권적 경제질서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어내지는 못하였다.
더욱이 지역감정대립의 산물로 나타난 한나라당 일색의 기형적 국회의원분포구도는, 의원들이 표를 의식하여 지역구민들의 이익창출을 도모해야하는 긴박성을 덜 느끼게 함으로써 정책입법의 참신성과 혁신성을 결여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바로 국회에서의 활동저조로 이어지고 자원배분 관련입법발의에서도 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한국정치의 구조적 모순이 주요 변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법은 지방분권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1995년 시행된 지방선거가 그 서막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준비부족으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여전히 중앙정부로부터 지시와 통제를 받고 있어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만 증폭되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 '지방분권특별법안'이 통과된 것은 지방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두터워졌다는 데서 그 의의가 크다하겠다.
그러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고도의 개혁성과 경영마인드를 가진 '기업가적 정치인(political entrepreneurs)'을 지방정치인으로 충원하여 기존 정치시스템을 혁신토록 하여야 한다.
기업가적 정치인이란 Joseph Schumpeter가 제시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정치인으로, 기업가들이 신기술의 도입.새로운 자원공급원의 개척 또는 기존 산업구조의 재편성을 통하여 경제체제 내부에서 생산양식의 혁신(innovation)이나 현상에 대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또는 경제활동의 불연속성(discontinuity)을 가져오는 것처럼, 정치에서 새로운 차원의 정책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과정 참여자간에 새로운 연합형성을 도모하거나 공공의제의 처리순서를 전략적으로 조작함으로써 기존의 정치적 균형상태를 파괴하고 공공차원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정치적 상황을 창조하려는 인물을 말한다.
이러한 정치인이야말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혁신적 새 정치시스템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인의 충원이 요즘 나도는 젊은 피 수혈이니, 대폭적인 물갈이니 하는 정도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젊은 피 수혈이란, 원래 건전한 신체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쇠약해진 경우에 취하는 회춘방식이므로 총체적 결함을 가진 한국 정치 시스템에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수준을 넘어선 기성정치인의 전면퇴진과 신진세력의 신생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참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선한 정치인의 탄생을 전제로 그들의 역할을 기대해보기로 한다.
지방분권시대에는 국가와 지자체 간에 권한과 책임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되고, 지역의 정책결정에는 계층과 집단 간의 의견대립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므로 지역정치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경제현안을 외면하고 총선용 민원에만 매달리거나 과학적인 자료없이 때만 쓰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발전의 마스터플랜에 근거하여 중앙으로부터 더 많은 자원을 분배받도록 활약해야하고, 자치단체장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산업특성화를 포함한 장.단기 발전 계획을 수립 집행하고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임으로써 중앙정부의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지방의회의원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지방정부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실시하여 지역내부의 갈등해소에 진력해야한다.
또한 지방화시대는 사회시민단체 지도자들이 '비엘리트 민중대표'로서정치인들의 행동과 성과를 감독 평가하는 감시메커니즘을 운영하여 지방정치인들 역할수행의 도덕성과 효율성을 제고시켜 주길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선거에 출마하여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준정치인'으로 정치 밖에서 정치를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민단체조직을 정비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시민단체들은 전국적 의제뿐만 아니라 해당지역의 특수한 현안과제 해결에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방정치를 정상화하고 지방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정치인과 지방기업이 중앙정부나 중앙당 또는 대기업본사를 통하여 글로벌화할 것이 아니라 지방 스스로가 중앙과 세계에 직접 통로를 마련하고 채널을 가동시켜 지역민들의 정치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켜 주어야할 것이며, 그 길만이 지방화시대에 지역정치인들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조수성 계명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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