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오던 보수세력 대 신 개혁지향적인 진보세력이 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보혁갈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대통령후보시절부터 노 대통령은 미군장갑차에 희생당한 여중생사건이후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반미면 어떠냐'며 반미정서를 분명히 하면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는 지난 1년동안 관료사회를 비롯해 문화계, 학계, 방송계 등 곳곳을 개혁그룹들이 장악했다.
주류세력의 교체가 현실화되면서 보수세력의 위기감도 그만큼 더 높아지면서 지난 1년 동안 우리사회는 유례없는 '보혁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대북, 대미 관계는 물론 교육, 환경,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진보와 보수진영은 사상 유례 없는 심한 갈등을 노출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자 우리 사회는 친미와 반미논란에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의 강화와 국익', '반전평화'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보혁논쟁에 휩싸였다.
이어 청와대가 한총련 합법화를 추진하자 보혁갈등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보수단체들도 직접 '반핵반김정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여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은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었다.
특히 진보단체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면 보수단체들도 인공기를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극심한 이념갈등 양상을 보였고 그 와중에 귀국한 송두율씨는 우리사회의 이념갈등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관료사회도 새정부 들어 '코드인사'라는 새로운 이념적인 기준이 적용되면서 능력과 조직안정보다는 '우리편, 네편' 식의 편갈이 의식이 심화되면서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갈등이 첨예화됐다.
상대적으로 국민의 정부시절에 비해 지역갈등 양상은 완화되는 대신 신구세대간 갈등과 보.혁간의 이념갈등 구도는 심화된 것이다.
'참여정부'라는 기치와는 달리 전국민의 참여가 아니라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의 목소리만 높아짐으로써 보수세력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미관계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방문 전까지 심각한 양상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방미과정에서 우려와는 달리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자주외교를 강조하면서도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의 강화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보수세력의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청와대는 "한국의 외교현실에서 자주와 동맹은 동시에 추구해야 할 보완적 가치이지 양자택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며 앞으로도 한미동맹관계의 틀속에서 자주외교를 추구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자주외교'파로 알려져있는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등이 포진하고 있는 NSC가 외교라인을 장악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NSC의 외교라인 장악은 향후 한미관계는 물론 대외노선에서도 '자주외교'의 색깔이 강조되면서 보수보다는 진보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첫 내각구성에서부터 검찰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검찰출신이 아닌 민변출신의 강금실 법무장관을 기용했고 남해군수를 지낸 김두관 전 행정자치장관, 윤영관 전 외교, 이창동 문화부 장관 등을 파격적으로 장관에 기용, 관료사회에 충격을 줬다.
관료사회는 장관인사에 이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시스템 변화를 통해 물갈이를 추구했다.
보혁갈등은 사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월 대법관 제청과정에서 소장판사들은 '서열주의 관행타파' 를 들고 나오면서 반발했고 결국 청와대는 대법원 수뇌부와 사법개혁을 공동추진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대법관 등 사법부 수뇌부의 교체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료사회의 보혁갈등은 관료사회의 개혁주체세력으로 추진된 '주니어보드'로 인해 촉발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젊고 개혁지향적인 공무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각 부처의 개혁에 접목시킨다는 뜻이었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는 문제점이 적지않게 드러났다.
외교부장관 경질사태로 확산된 외교부와 NSC간 갈등의 이면에는 외교부 내의 주니어보드가 개입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같은 보.혁갈등은 이번 4월총선에서 극명하게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에서 보수와 진보세력이 건강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양상만 노출하고 정부가 사회통합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경고섞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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