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10시 대구실내빙상장 아이스링크. 링크에 들어서자마자 '쌔쌕, 퍽∼' 하는 스케이트의 날카로운 금속음과 몸과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스틱으로 퍽(puck)을 요리조리 돌리다가 상대진영에 빈틈이 보이자 쏜살같이 내달린다.
10kg이 넘는 보호장비를 찬 채 1.5m 남짓한 스틱을 휘두르며 탱크처럼 돌진하는 모습이 여간 아슬아슬하지 않다.
상대 수비수들은 아랑곳 않고 몸을 날린다.
공격수들은 좁은 공간에서 살짝 몸을 피하지만 링크벽에 콰당.
아랫배가 나온 중년, 곱상한 인상의 청년, 우람한 체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외국인이 섞여 퍽을 따라 물결치듯 이동한다.
2, 3분만 뛰었는데도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자 서둘러 교체를 자청한다.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팀이 역습에 나섰다.
재빨리 퍽을 가로 채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상대 수비수를 제쳐가며 기습 슛. 퍽은 철망을 흔들었고 벤치에 앉은 선수들까지 스틱을 두들기며 환호했다.
좁은 공간에서 주고 받기, 수비 2, 3명을 가볍게 제치는 개인플레이에다 중거리 슛까지, 마치 북미 프로아이스하키리그를 보는 듯 박진감 있고 힘이 넘쳤다.
보아주는 관중 하나도 없지만 링크 위의 선수들은 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 있을 만큼 열기가 뜨겁다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아이스피닉스'멤버들. 그들은 실내 스포츠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도 빠르다는 아이스하키를 10여년째 즐기고 있다.
45명의 회원 모두가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다.
"선수출신도 아닌데 왜 30,40대들이 뒤늦게 아이스하키에 미칠까요. 최고의 운동효과는 물론 스릴과 성취감, 스트레스 해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운동이죠". 박명하 단장(41)의 아이스하키 예찬론이다.
한의사 김경동씨는 전문인 다운 효과를 말했다.
"하체와 허리가 강화되고 폐활량과 지구력이 몰라보게 좋아지죠. 오랫동안 냉기를 쏘기때문에 피부에도 좋고 특히 남성운동으로 최고입니다"
아이스피닉스 회원들의 면면도 각양각색이다.
한의사, 사진작가에서부터 회사원, 자영업자 등 아름아름으로 또는 소개를 받아 모두 아이스하키때문에 모였다.
캐나다인 대학교수와 영어강사. 미군속 등 외국인도 6명이나 참여하고 있다.
대구대 영어교수인 프랭크씨는 "한국 친구들과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이국의 외로움도 달래고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원수가 많다 보니 아이스피닉스는 3팀(화이트, 블랙, 레드피닉스)으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지난 22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5월말까지 2004 정규리그를 펼칠 예정이다.
유통업을 하는 이재협(45)씨는 "위험해 보이지만 보호장비가 있기때문에 축구보다 부상이 적은 운동이다.
문호는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며 과감히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
회원들은 스케이트를 3개월 정도 타면 경기에 참가할 수 있고 6개월 정도면 웬만한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터득한다.
다만 장비값이 조금 비싸다.
헬밋(10만원선), 스틱(3~10만원선), 스케이트(30만원선), 보호대(30~40만원선) 등 장비일체를 구입하려면 100여만원이 든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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