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2-26 08:59:53

혼자 서성였다, 이월의 깊은 숲

아, 아직은 불꽃으로 살고싶다

뜨거운가, 내 서있는 이곳은

얼마나 많은 잎들이 빛과 어둠을 껴안으며

맑은 숨을 그리워했던가

삶은 달아 오르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사라져 갈 것을 온 가슴에 품으며

다시 불길로 타올라야 한다

이월의 깊은 숲, 존재의 날개짓.

-이진엽 '아직은 불꽃으로' 부분

아직 타오를 불꽃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뜨거운 가슴으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물론 그 사랑을 살고있는 당시의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이 더할 수 없는 아픔이고 괴로움이겠지만 그 시기가 다 지나고 이제는 그런 뜨거움으로 살 수가 없는 나이가 되면 그 시기가, 그런 좌충우돌하며 뒤뚱뒤뚱 살아오던 때가 그리운 것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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