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품귀...수해복구 '올스톱'

입력 2004-02-25 11:44:19

곳곳서 하천 제방공사 등 손놓아

"나원 참! 철근이 있어야 공사를 하지". 안동의 모 중소건설업체 대표 김모(50)씨는 이번 주부터 시작하려던 수해복구 공사를 기약없이 미루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일 동절기 공사중지 명령이 해제되자 바로 지난해 하반기 착공했던 하천제방 구조물공사를 재개하려 했다.

그러나 관수용 철근 조달공급이 전면 중단돼 공사를 시작할 수 없었다. 공사 발주청은 1t당 62만원에 사급 철근을 사서 사용하면 준공 후 정산해 주겠다고 했지만 일주일 사이 철근값은 1t당 10만원이 더 뛰었다. 그러나 발주청은 추가인상분은 책임질 수 없다고 밝혀 결국 공사를 중단했다.

철강원자재 수급난으로 촉발된 철근 파동으로 경북지역 곳곳의 수해복구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있다.

안동시의 경우 이같은 관수용 철근파동으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60여 군데에 이른다. 이 중 90%가 수해복구 공사로 공기가 차질을 빚는 바람에 장마철 이전에 공사 마무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24일 철근 수급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철근 소요량 2천t 중 우선 급한 수해복구사업용 1천t을 현시가 연동제로 일괄 구입해 공사장에 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수용 철근을 위탁판매하는 철근하치장의 상황을 확인한 결과 안동지역 2개 하치장의 철근 보유량은 24일 현재 약 500t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미 계약됐거나 민원 때문에 일반 주택 건설현장 등에 공급해야 할 물량을 제외하면 안동시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200t 정도가 고작이었다.

안동지역 하치장이 철근생산업체(INI스틸)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은 철근 파동 전에는 1일 75t정도였으나 요즘은 1주일에 50t으로 급감했다. 하치장 담당자는 "생산업체에 선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폭주하는 판매 주문을 사절하고 있다" 고 전했다.

관수용 철근을 납품받던 영주시 청송.영양.울진군 등 경북북부의 9개 시.군도 철근 파동으로 수해복구공사가 전면 중단 위기에 있다.

수해복구 공사 업체들은 "정부 물가 내역서와 시중 단가가 50%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관급공사를 수주한 업체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자 남모(50.청송 현동읍)씨는 "8억원에 수주한 교량공사에 철근 50t이 소요돼 철근값만 1천200여만원 정도를 손해 본다"며 "공사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진의 ㅌ 건설 대표 주모(50)씨도 "철근값이 계속 오를 경우 공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으나 발주처와의 계약 관계 때문에 쉽지않다"며 건설업계의 연쇄 도산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조달청 안동출장소는 이와 관련, "본청에서 지난해 12월 관수용 철근 입찰이 무산돼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수해복구 등 긴급 물량에 대해 비축물량을 공급할 계획이고 방안이 확정되는대로 통보하겠다고 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라고 했다.

지역 건설.철근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철근 파동 조짐이 있었으나 수수방관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청송.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관련기사--==>"대구 고철은 대구 주물업체 공급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