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전 광개토대왕 조명 광고문 공개

입력 2004-02-24 09:16:39

'찬란히 빛나는 우리 선조이시여…그 업적은 크시고 황제의 위엄이 사방에 입혔어라, 그 전해오는 기록들이 나날이 허물어져, 이제 와서 어찌 자위할 수 있으랴, 대저 우리 후인들은 모든 힘을 합하고...맹세코 이 강토를 영원토록 일으켜 세워, 광개토대왕을 추모하고 조상의 업적을 새롭게 하여, 더욱 좋아지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95년 전 광개토대왕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훼손되어가는 비문을 지키자고 호소했던 광고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광고문에는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칭송하고 후손으로서 그 얼을 본받아 민족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 광고문을 항상 품에 넣고 다니면서 광개토대왕이 아직 역사 속에 묻혀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일본에 의해 훼손된 광개토대왕비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금석문감상회 이봉호(71)씨가 최근 공개한 이 광고문은 한국 고전 간행기관이었던 '조선 광문회 동인'이 1910년 광개토대왕비문 탁본에 있는 글자들을 집자하여 광개토대왕비의 존재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민족적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 조선 광문회 측은 본문에서 "광개토대왕비는 우리의 사학가들이 기록한 역사책에도 누락된 크나 큰 사실로서 특별히 귀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육당 최남선이 세운 '조선 광문회'는 1910년 국권 피탈과 함께 일제가 한국사 교육 금지와 고전 문화재 반출을 자행하자 일종의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우리 고전의 수집 간행과 보급 운동에 주력했던 단체다.

이씨는 "이 광고문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해인사 주지였던 환경스님이 지니고 있던 것"이라며 "5년 간 상좌로 환경스님을 모시다가 절을 떠나면서 선물로 얻게 됐다"고 입수 경위를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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