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사의표명으로 생긴 힘의 공백에 수도권 출신 소장파 의원들과 영남지역 중진 의원들간의 권력투쟁이 자리잡고 있다.
최 대표의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이뤄지자 곧바로 '포스트 최' 시대를 이끌어 갈 주도세력을 놓고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전포고는 소장파들이 먼저했다.
최 대표 퇴진론을 주도해온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소장파들은 "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최 대표의 퇴진만으로는 안되며 최 대표와 같은 세대가 동반퇴진, 당의 주도세력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중진들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특히 공천심사에서 운동권으로부터 인권탄압 또는 수구세력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공천을 통과한 것을 문제삼으며 "이런 식의 공천으로는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없다"며 공천심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소장파들은 주도세력 교체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자 중추세력이 영남지역임을 감안할 때 영남권 중진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을 대상으로 주도세력 교체론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 무엇인가이다.
여러가지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지지도로는 수도권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절박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한나라당=영남당'이라는 인식을 깨지 않고서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당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추론은 이미 소장파들이 최 대표의 경선승리 직후부터 5, 6공 인사 배제론, 영남지역 물갈이론 등을 꾸준히 제기했을 때부터 나왔던 것들이다.
따라서 주도세력 교체론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되어온 영남권 물갈이론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영남권 의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최 대표 퇴진을 당권투쟁의 기회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라면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의 사의표명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구.경북의원 모임의 이해봉(李海鳳) 의원은 "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당권투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만약 총선전에 당권투쟁 분위기가 형성되면 단호히 (소장파들을)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李相培) 의원도 "선거를 불과 5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당이 화합해야 한다"고 말하고 "당내 중심세력 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져야지 몇사람이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장파들과 영남권 의원들간의 주도세력 교체 싸움은 아직까지는 국지전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소장파들의 근본목표가 수도권 중심의 주도세력 교체에 있는 만큼 양자간의 투쟁은 언제든 분당까지 낳을 수 있는 '빅뱅'(대폭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남경필, 원희룡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22일 당사에서 최병렬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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