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 원가분석팀 이철우 팀장

입력 2004-02-23 11:42:55

대구 남구청 원가분석팀 이철우(李哲雨.45) 팀장은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은 팀 내 토목직 직원을 붙들고 늘어진다.

각종 구조물의 설계도면 보는 법을 익히려는 목적에서다.

행정직 공무원으로 23년째 근무해 오고 있는 그가 그동안 거의 접한 적이 없던 설계도면 공부를 하는 것은 사업 시행 부서에서 산출한 공사금액 산출이 어떤 기준에 의해 이뤄졌고, 산출 과정에서 예산 낭비 요인은 없었는가를 살피기 위해서다.

이씨가 팀장을 맡고 있는 원가분석팀은 물품 구매나 공사, 설계용역 의뢰 등 구청이 시행하는 사업에 대한 사전 원가 분석을 통해 재정 운영의 효율화를 기한다는 목적으로 대구 남구청이 지난 1월 중순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구성한 팀. 구청장 직속으로 이씨를 포함 3명의 직원들로 구성됐으며 3명의 민간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이 팀장은 "1월말까지는 세부 업무처리지침을 만드는 데 매달렸고 2월 들어서 본격 활동을 했기 때문에 뚜렷이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23일 현재까지 이 팀에서 처리한 업무는 본격 활동한지 스무날 남짓한 짧은 기간에 비하면 결코 성과가 적다고 할 수 없다.

한 사업부서에서 728만원이 소요된다며 원가분석을 요청한 대명2동 공영주차장 조명등 설치공사는 548만원이면 충분히 시공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내는 등 전체 검토 안건 19건 중 15건에 대해 사업비 축소 의견을 냈다.

"저희 팀의 의견을 해당 부서에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부서 직원들이 예산집행 계획을 수립할 때 더 철저하게 원가분석을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 봅니다.

구청장 직속인 우리 팀의 검토의견은 청장님과 부구청장님만의 결재로 해당 부서에 통보되니까요".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목적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사업비 삭감 의견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삭감' 의견을 받은 해당 부서에서 '딴소리' 못할 합리적인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설물 공사의 경우 여러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견적서도 받아야 하고,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해 재료의 적정 여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노후된 청사 신축과 앞산공원 내 다목적 조각공원 조성 등 대형사업에서 원가분석팀이 제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더 발로 뛰고 공부해야 합니다". 이 팀장의 꿈은 원가분석팀이 구청 재정운영의 건전성 및 투명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여 다른 기초자치단체가 앞다퉈 벤치마킹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구 달성고를 졸업하고 지난 83년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팀장은 95년 4월부터 남구청 기획실에서 예산담당 업무를 맡아왔으며, 2002년 1월 6급으로 승진, 대명2동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초대 원가분석팀장으로 발령 받았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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